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28일 발표한 체육계 비리 중간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일부 스포츠단체 및 국가대표 지도자 등은 횡령, 자금세탁, 승부조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리를 저질렀다.
대한택견연맹회장과 국민생활체육택견연합회장, 세계택견본부총사를 겸직하며 국내 택견계를 장악하고 있던 이모 전 회장과 종합사무처 전·현직 직원 7명은 조직사유화를 통해 조직적으로 예산을 횡령했다. 이들은 차명계좌 63개에 실제 활동 사실이 없는 순회코치·심판 수당을 지급했다가 다시 인출했다. 또 유령업체와의 가공거래, 트로피 납품업체와의 거래액 과다계상 등의 방식으로 회계를 조작해 총 13억30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들은 이 돈으로 이 전 회장의 고가 차량 구입, 자녀 유학비용,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
아들의 특례입학을 위해 승부조작을 감행한 감독도 있었다. 부산지역 모 대학팀 유도 감독 박모씨는 전국중고연맹전에서 상대팀 고교 지도자들에게 기권, 져주기 등 승부조작을 의뢰해 아들이 우승하도록 만들었다. 박씨는 그 우승 실적으로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아들을 특례입학 시켰다. 당시 박씨의 아들은 총 5개 경기를 단 10분 만에 끝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박씨의 승부조작으로 5개 경기 중 2경기는 기권승, 3경기는 한판승으로 끝났다.
선수들의 훈련비를 가로챈 사례도 나왔다. 모 경기단체 국가대표 지도자 A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국내외에서 시행한 전지훈련 중 숙박비와 식비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약 10억원을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연맹사무국과 국내외 전지훈련장 등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A씨의 내연녀 등 주변인물의 금융거래내역으로 자금세탁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순회코치 2명은 실제로 선수를 방문·지도하지도 않고 허위로 훈련보고서를 만들어 각각 연 4500만원가량의 훈련 수당을 부정 수령했다.
정부는 스포츠계 비리 근절을 위해 체육 단체의 결산 세부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승부조작이나 횡령 등 비리 발생 경기단체에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비를 포함한 경기 단체 국고 보조금 전부 또는 일부를 감액할 계획이다. 체육특기자 입시비리에 연루된 학교 운동부에는 신입생 모집이나 경기 출전 제한의 징계를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또 학부모들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중·고교의 외국 전지훈련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종목의 특성상 외국 전지훈련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재정 투명성을 갖추고 학교 운영위원회나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시적인 수사 체계 구축을 위해 경찰청에 스포츠비리 전담 수사반을 신설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대학 감독이 아들 특례입학 시키려 승부조작
입력 2014-12-29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