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에는 여러 피해자들이 있다. 소속 항공사는 이미지가 실추됐다. 승무원들은 정신적 충격과 모욕감이 컸을 것이다. 탑승객들도 피해자다. 땅콩도 피해자라는 우스개가 있다. 당시 서비스로 제공된 것은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였는데 언론을 통해 땅콩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1등석에서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시작된 사건 때문에 인생의 큰 추락을 경험하게 됐다.
고든 맥도날드는 ‘리더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암살적 자아(暗殺的 自我)’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 속에 있는 자아들 중 암살적 자아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이는 뚜껑 닫힌 콜라병과 같다. 평소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다가 인생의 위기가 오면 뜻하지 않는 순간에 뻥 하고 터져 버린다. 주위 사람들은 물론 자신도 놀라게 된다. 이는 영혼의 독소와 같다.
어떻게 하면 이를 씻어낼 수 있을까. 바울 사도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라고 했다. 분을 품어도 하루를 넘기지 말라는 이야기이지만 실제로는 한 해를 넘기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금식과 기도로 암살적 자아를 죽여야 한다. 용서하며 축복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자유인이 될 것이다.
권순웅 목사(동탄 주다산교회)
[겨자씨] 암살적 자아
입력 2014-12-29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