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지난 2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이래 나눔과 섬김 활동, 이단 재심의에 대한 결단,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의 통합 의지를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국민일보 이승한 종교국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접견실에서 이 대표회장으로부터 한기총의 활동 구상과 과제, 포부를 들어봤다.
△이승한 종교국장=올 한 해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사에 있어서 격변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취임 100일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이영훈 대표회장=그동안 교계의 여러 인사들과 폭넓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격려와 지지를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통해 우리 사회를 치료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진보·보수가 서로 소통하며 연합하고 공존해 나가야 합니다.
보수의 강점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이고 진보의 강점은 개혁과 개방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건전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간다면 건전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대사회적으로 나눔과 섬김 사역부터 손을 잡고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눔과 섬김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연합을 위해서 저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한국 교회의 영적 지도력이 회복되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입니다.
△이 국장=취임 이후 나눔과 섬김의 행보가 눈에 띄는데요,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대표회장=세월호 사고 이후 유가족 지원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 등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고 갔지만 정작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천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간다’는 차원에서 안산재래시장을 네 번 방문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했습니다. 지금은 안산이 많이 회복됐습니다. 성경에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이 있듯이 말과 논쟁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함께 손 붙잡고 울어주며 작더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성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도 ‘희망 나누기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입니다. 소외계층을 향한 사랑과 희망 나눔도 마찬가지고요.
△이 국장=취임 이후 눈에 띄는 한기총 뉴스가 크게 두 개 정도 있습니다. 첫째는 한기총 이단 해제 재심의 여부 관련 소식입니다. 이 같은 조치로 이단과 관련된 논란을 ‘어떻게’ ‘얼마나’ 해소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 대표회장=일정 기간 동안 교단과 신학자들로부터 이의 제기를 받아 재심 과정을 거쳐 이단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공문을 회원 교단 뿐 아니라 탈퇴 교단과 진보 교단, 신학대 등을 망라해서 보냈습니다. 모든 이단 재심의 과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입니다.
△이 국장=애기봉 성탄트리 뉴스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결국 성탄트리 설치가 무산됐습니다.
△이 대표회장=취지가 순수하다 하더라도 남북·남남 갈등을 조장한다면 일단 연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여론을 수렴하려는 한기총의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언론에서도 한기총의 결단이 “변화된 조직의 방향성을 드러낸 것”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더군요.
△이 국장=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이시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총회장에 한기총 대표회장까지 맡으셨습니다. 시간·일정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또 설교준비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대표회장=일정이 너무 많아요. 하루가 30시간 정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항상 새벽 3시 30분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납니다. 교회에 도착하면 4시 30분 쯤 됩니다. 개인적인 시간은 그때부터 오전 7시까지가 전부지요. 새벽 설교를 안 할 때는 부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으면서 은혜를 받고 기도합니다. 저마다 설교의 성향이 달라서 새로운 도전과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바쁜 일정 가운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설교준비입니다. 일주일 내내 설교를 준비한다고 할 수 있지요. 주일 설교가 끝나는 주일 밤에는 다음 주일의 설교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원고는 목요일 쯤 완성됩니다. 또 매주 신간을 2∼3권 삽니다. 한 권 정도 읽으면 보통 3∼4분짜리 예화가 나오는데, 설교를 위해 성도들의 신앙에 가장 도움이 되는 예화를 준비합니다.
△이 국장=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한기총이 한국사회를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대표회장=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은 소통과 화해입니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목이 생깁니다. 한기총은 철저한 개혁과 변화를 통해 한국 교회의 통합을 반드시 이루어 내도록 할 것입니다. 소외 계층들을 살피고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에 힘을 모으게 된다면 사랑, 희생, 섬김, 나눔의 삶을 사는 ‘작은 예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국장=한교연과의 통합 문제는 교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이 대표회장=한기총과 더불어 한기총을 떠나 새로 결성된 한교연과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래 한 울타리 속에 있었던 형제들이 뜻을 달리하고 분리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장애물을 걷어내고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영적 지도력을 회복하고 부흥·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협의체를 이루게 된다면 기독교는 한국 개화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쳤던 옛 모습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놨습니다.
△이 국장=내년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입니다. 성경적으로 70년은 ‘완성의 해’라고도 일컫습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 대표회장=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으로 끌려갔다가 7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바벨론에서 철저히 깨어지고 회개했습니다.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는 우리 민족은 이스라엘 민족이 철저히 회개한 것처럼,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십자가 사랑으로 우리 사회의 화해에 앞장서야 합니다. 사랑으로 돕는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준비된 자에게 길을 열어주시는 것처럼 통일의 길도 열어줄 것입니다.
△이 국장=최근 들어 공식 석상에서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성령 운동’을 강조하고 계시는데요.
△이 대표회장=오래전에 하버드대학교의 하비 콕스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21세기의 기독교를 이끄는 힘은 오순절 성령 운동밖에 없다고 강조했어요. 모든 그리스도인들 역시 성령 충만을 받아야 합니다. 주님 안에서 승리의 삶을 사는 비결은 성령 충만을 받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아서 오직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작은 예수’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진정한 성령 충만은 말씀 충만과 함께 가능하며, 은사와 열매가 균형을 이루어야만 건전한 성령운동을 펼쳐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함이 있는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이 국장=끝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이 대표회장=올해는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특유의 근면과 성실, 화합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극복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에는 더 큰 희망을 가지고 전진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 영적인 면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꿈과 희망을 주는 국가,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말씀과 성령으로 새로워지고 거듭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우리나라와 민족을 거룩하게 하시고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변화시키셔서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서게 만들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새해에는 한국 교회 전체가 강력한 말씀운동을 바탕으로 참된 회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 성령 충만을 통한 능력 있는 신앙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두가 절망만을 말하는 이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절대 희망’을 한국 사회와 온 세계에 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에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 평화와 기쁨이 국민일보 독자 여러분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한국교회, 분열 끝내고 ‘작은 예수’ 되어 이 땅 치유나서야”
입력 2014-12-29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