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인디언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민족이었다. ‘시팅 불’(Sitting Bull·앉은 황소)은 인디언 역사상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원래 이름은 ‘타탕카 이요타케’인데 ‘엉덩이를 땅에 대고 앉아 있는 황소’라는 뜻이었다. 용맹하지만 인내심도 겸비했다는 찬사였다. 수우족의 세 그룹 중 하나인 라코타족 출신인 ‘앉은 황소’는 1869년 수우족 대추장으로 추대됐다. 총을 앞세우고 황금이 나는 땅을 노리던 백인들에게 대항하려면 그의 리더십이 절실했다.
1870년대 블랙 힐에서 금맥이 발견되면서 백인의 탐욕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미국 정부는 블랙 힐을 사겠다고 졸랐지만 ‘앉은 황소’ 등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신성한 땅을 이방인에게 내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미국 정부는 1875년 수우족에게 블랙 힐을 떠나 보호구역으로 가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수우족이 불응하자 미국 정부는 이듬해 인디언을 소탕하기 위해 원정대를 보냈다.
원정대에는 남북전쟁의 영웅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중령이 있었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그는 도주로를 차단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앉은 황소’ 진영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미군 원정대 대다수가 ‘리틀 빅혼’에서 몰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인디언의 승리는 여기까지였다. 백인들의 평원 개발로 버펄로가 사라지면서 굶주림이 찾아왔다. ‘앉은 황소’는 결국 1881년 항복하고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890년 12월 15일 배신한 인디언 경찰들에게 살해됐다.
‘앉은 황소’가 숨진 그해 12월 29일 운디드니에서 수우족 집단 학살 사건이 발생했다. 백인 기병대가 보호구역에서 나온 수우족의 노인과 여인, 아이들에게 집중사격을 가했다. 이 참사로 250∼300명이 희생된 아메리칸 인디언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백인들이 자행한 운디드니의 비극이 발생한 지 124년이 지났다. 1세기 전 미국에서의 전쟁은 과연 끝났을까? 퍼거슨 사태처럼 약자와 소수인종에게 폭압적인 경찰을 보고 있노라면 서부개척시대 총잡이들이 떠올라 씁쓸하다.
김상기 차장 kitting@kmib.co.kr
[한마당-김상기] 비극의 땅
입력 2014-12-29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