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전 자료 유출과 사이버 공격 가능성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건설 현장에서 가스 누출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6일 오후 4시30분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공사 현장 밸브룸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업체 대길건설 안전관리 직원 손모(41)·김모(35)씨, 안전관리 용역업체 KTS쏠루션 직원 홍모(50)씨 등 3명이 질식해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모두 숨졌다.
고리원전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쯤 손씨와 김씨가 보이지 않자 홍씨가 찾으러 나갔다고 동료들이 진술한 것으로 미뤄 이들이 밸브룸에서 누출된 질소가스에 차례로 질식된 것으로 보인다.
고리원전 직원 1명은 이들에 대한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가스에 노출됐지만 약간의 메스꺼움만 호소했을 뿐 큰 피해는 없었다.
사고는 신고리원전 3호기 원자로를 둘러싼 보조건물 지하 2층 밸브룸을 안전순찰하던 도중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후 중앙119구조본부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소속 소방관들이 긴급출동해 질소가스 누출 배관을 찾아 가스를 차단하고 밸브룸의 가스를 제거했다. 출동 당시 현장의 산소농도는 질소 누출로 14%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소농도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이 곤란하다.
고리원전 측은 “이번 사고는 가스 누출에 따른 질식사고로 원전 안전은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해킹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도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원전은 현재 건설 중이며 2015년 가동 예정이어서 방사능 누출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가스를 모두 빼낸 뒤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고리원전 3호기는 현재 공정률 99%로 내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설비용량은 140만㎾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원전 4기와 같은 기종이다.
당초 지난 8월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4월 JS전선이 깔았던 케이블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제보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접수됐고 지난해 10월 성능 재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와 전량 교체작업을 벌이느라 준공 시기가 1년가량 늦춰졌다. 교체한 안전등급(Q) 케이블은 600V 전력·제어·계장케이블과 5㎸·15㎸ 전력케이블로 총 길이가 674㎞에 이른다.
한수원은 지난 11월부터 신고리 3호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시험과 주기시험을 하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원전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아 연료를 장전하고 시운전을 거쳐 내년 6월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울산시민들은 사고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모(46·울산 중구)씨는 “원전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사이버 테러가 시작된 것은 아닌가하고 깜짝 놀랐다”며 “원전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도 모자랄 판에 인명사고까지 발생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 3명 질식사
입력 2014-12-2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