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구속) 경정이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과정에서 상관이던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공모’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배후에 대해 침묵하던 박 경정이 결국 ‘입’을 연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조 전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수사 착수 후 처음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5일 조사 때는 참고인이었다. 1차 조사 때 언론 포토라인에 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피의자로 바뀐 이날 취재진을 피해 서울중앙지검 옆 건물인 서울고검 청사를 통해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을 사실상 공범으로 본다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구속된 박 경정을 상대로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반출하는 데 조 전 비서관이 지시 내지 묵인했는지를 강하게 추궁한 끝에 공모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퍼라는 게 닫히기도 하고 열리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경정은 체포되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입은 ‘자꾸(지퍼)’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에 있을 때 조 비서관이 그런 민감한 일을 다 시켰지”라고 주장했었다. 검찰은 한때 ‘파트너’로 일했던 두 사람을 이날 한 조사실에 앉혀 대질신문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은 검찰이 박지만(56) EG 회장을 2차 소환 조사한 결과를 내놓고 압박하자 범행 동기와 문건 작성·유출 경위 등에 대해 입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의 진술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을 통해 박 회장에게 청와대 문건이나 내부기밀을 별도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시 박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맡았으며, 박 회장과는 1994년 검사와 마약사범으로 만난 이후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보고서 등이 박 회장 쪽으로 ‘비선 보고’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윤회의 박지만 미행설’ 역시 이런 경로를 거쳐 박 회장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을 재소환(지난 23일)하고 그간 수사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과 관련된 새로운 부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한 뒤 다음주 초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입 연 박관천… 조응천과 ‘공모’ 시인
입력 2014-12-27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