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과 관련해 LG전자 본사와 창원공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삼성전자 측이 ‘고의 파손’을 주장하며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조성진(58) 사장 등을 고소한 지 3개월 만에 강제수사로 방향을 틀었다. 조 사장이 거듭된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데다 LG전자 측이 자료 제출 요구에 비협조적인 상황 등이 감안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26일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의 HA사업본부 등에 검사·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 사장을 비롯해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행사에 관여한 임직원 9명이 대상이었다. 검찰은 이메일 내역, 휴대전화, 노트북,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직원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은 일차적으로 LG전자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는지 여부를 규명할 물증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훼손된 세탁기 실물과 현장의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조 사장 등이 IFA 행사장 인근의 가전 양판점에서 삼성 ‘크리스털블루’를 파손한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파손 경위와 의도를 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조 사장을 제외한 IFA 참석 임직원을 불러 조사한 결과,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말맞추기’ 정황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LG측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일부 설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검찰은 LG전자가 파손 논란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작성한 배경과 파손 행위와의 관련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LG전자 홍보실도 압수수색했다. LG전자는 보도자료에서 “일반적인 테스트를 했을 뿐인데 유독 특정회사 해당 모델만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조 사장에게 계속 출석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조 사장은 지난달부터 수차례 걸친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으며, 다음 달 6일 미국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한 뒤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조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뒀다.
LG전자 측은 최근 증거위조·명예훼손 혐의로 삼성전자를 고소하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LG전자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유감”이라며 “독일 현지 검찰도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세탁기 파손’ LG전자 압수수색
입력 2014-12-2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