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15년 유럽 발(發) 뮤지컬 열풍이 분다. 1월 나란히 막을 올리는 프랑스 뮤지컬 두 편을 시작으로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19세기 후반 프랑스, 중세 영국 등 눈과 귀가 즐거울 화려한 소재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오랜 시간 소설, 영화, 연극 등으로 재 창조돼온 힘 있는 이야기에 시대를 꿰뚫는 통시성(洞視性), 화려한 의상과 무용 등 다양한 볼거리까지…. 뮤지컬 팬들에게 고르는 재미를 선사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노트르담 드 파리’=다음달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2003년 9월 프랑스 최대 공연장인 ‘팔래 데 스포르 드 파리’에서 초연된 뒤 단 9개월 만에 관객 90만 명을 동원한 인기작이다. 마거릿 미첼(1900∼1949)의 원작 소설은 1936년 출판 6개월 만에 판매 100만부를 돌파했고 동명의 영화(1939)는 당시 미국 인구의 절반이 본 대기록을 세웠다.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 중 네 남녀의 운명과 사랑, 자유를 그린다. 레드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의 매력 넘치는 모습이 27곡의 주옥같은 넘버와 함께 흐른다. 배우 주진모, 임태경, 김법래가 레드 버틀러 역을, 바다와 소녀시대 서현이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았다.
15일부터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프랑스 출연진과 제작진 그대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번 공연은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성사됐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것은 9년 만이다.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남자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1998년 파리에서 초연한 후 세계 16개국에서 1200만 명 이상이 관람했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콰지모도 역의 경우 16년 동안 같은 역할로 활약해온 맷 로랑의 연기가 기대감을 높인다.
◇창작 ‘파리넬리’, 화려한 출연진 ‘로빈훗’, 또 다른 유령 ‘팬텀’=바로크 시대에 활약했던 카스트라토(여성의 음역을 내기 위해 거세한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파리넬리’는 국내 제작진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다음 달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데 헨델의 아리아 ‘울게하소서’로 유명한 동명의 영화(1994)를 바탕으로 한다. 형의 욕망으로 거세당하고 그 대가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은 카를로 브로스키의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한다. 곱고 가는 목소리의 파리넬리 역은 록밴드 플라워 출신 고유진과 카운터테너 루이스초이가 맡는다. 영화 속 아리아는 기계를 이용해 합성했지만 뮤지컬 무대에선 남자 배우의 목소리가 여성의 음역대를 묘사한다.
내년 가장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으로는 단연 ‘로빈훗’이 꼽힌다. 2005년 독일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중세 영국 설화 속에 등장하는 ‘의적’ 로빈훗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배우 유준상, 엄기준, 규현(슈퍼주니어), 양요섭(비스트) 등 인기 스타들이 다수 출연해 티켓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 23일부터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가면 뒤 기형이 얼굴을 숨긴 채 ‘오페라의 유령’이라 불리며 극장 지하에 숨어사는 남자 팬텀. 국내 팬들에게 ‘오페라의 유령’으로 알려진 이 이야기가 팬텀의 과거와 가정사 등을 다루는 또 다른 뮤지컬 ‘팬텀’으로 오는 4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미국 초연(1991년) 후 31년 만에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되는데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오페라의 유령’과 어떤 다른 재미를 선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28일 “오스트리아 출신 제작진이 1890년대 파리오페라극장을 재현한 무대와 클래식풍의 음악, 정통 발레에 차별점을 뒀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2015 뮤지컬 ‘유럽 열풍’ … 시대를 관통하는 힘 있는 이야기, 화려한 의상과 클래식풍의 음악
입력 2014-12-29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