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을 새벽에 4시간 동안 수차례 체벌”… 체험학교 교육받던 10대 여학생 사망

입력 2014-12-27 02:14

전남 여수지역의 한 비인가 체험 프로그램 시설에서 교육받던 초등학교 여학생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여학생은 숨지기 전날 시설 관계자로부터 체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전남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6분쯤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소재 S체험프로그램 시설의 컨테이너 형태 숙소에서 A양(12·초6)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시설 관계자 B씨(41·여)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양은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B씨는 경찰에 “자고 있던 A양이 창백해 보여 몸을 흔들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시설은 2006년 5월 B씨의 남편 허모(52)씨가 설립한 비인가 교육시설로 부부가 주말마다 ‘자연에서의 치료, 텃밭 가꾸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생태학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악기·미술·놀이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며 대안학교 등으로는 등록되지 않은 시설이다.

이 시설은 한 달 전 여수시 돌산읍에서 이곳으로 이전했고, 초등학생 10여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학생들은 대부분 지인의 소개로 이 시설을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2012년 3월부터 이 시설의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성탄절인 25일에는 A양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경찰은 B씨가 전날 A양을 여러 차례 체벌했다는 진술을 확보, B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B씨는 25일 오전 3시부터 아침 7시까지 A양에게 수차례 체벌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딸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받고 A양을 교육하던 중 엉덩이와 등을 몇 차례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40㎝가량의 각목이 발견됐고, A양의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에서 멍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사망과 체벌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잠자던 A양이 새벽 1시쯤 잠시 눈을 떴고 의식이 있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할 때 새벽 3시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A양을 부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릴 계획이다.

전남도교육청도 S체험프로그램 시설이 교육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미인가 시설로 확인됨에 따라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미인가 시설이라 교육청의 직접접인 관리 대상은 아니지만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행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미인가 시설을 이용하는 학부모들과 반드시 상담하도록 일선 학교에 지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