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탄이 뭔지 아니? 할 수 있겠니?” “아니요. 못 하겠어요.”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주의 14세 소녀 자흐라우 바방기다(사진)는 이달 초 부모 손에 이끌려 어느 숲에 위치한 이슬람 무장반군 보코하람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보코하람 지지자였던 부모는 조직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바방기다를 넘겼다.
보코하람 조직원들은 그녀에게 자살폭탄 공격을 강요했다. 조직원들은 “자살폭탄 공격을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거절했다.
수차례 설득에도 마음을 돌리지 않자 결국 조직원들은 “하지 않으면 총으로 쏘겠다. 아니면 지하 감옥에 가두겠다”고 협박했다. 그녀는 결국 며칠 후인 지난 10일 다른 소녀 3명과 함께 몸에 폭탄을 두른 채 정체불명의 남성과 함께 카노주의 칸틴크와리 시장으로 보내졌다.
바방기다는 마지못해 그들을 따라나섰지만 테러에 가담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다른 소녀가 터뜨린 폭탄에 부상을 입고 도망치다 카노 외곽 병원으로 옮겨졌다. 치료 중 몸에 두른 폭발물이 발견돼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칸틴크와리 시장에서는 두 차례 폭탄이 터져 10명이 숨졌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자살폭탄 테러 주도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바방기다를 언론에 공개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2009년부터 활동에 나선 보코하람은 최근 10대 소녀를 동원한 자살폭탄 테러에 집중하고 있다.
바방기다의 사연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모 권유로 자살폭탄 테러에 나선 첫 사례가 된다. 전문가들은 보코하람이 공포감을 확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테러를 저지를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소녀들을 테러에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코하람은 ‘서양식 교육은 죄악’이란 뜻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서양식 교육을 실시하는 한 여학교를 공격해 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이 중 57명은 탈출했지만 나머지 21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보코하람은 지난달에는 나이지리아 북부의 고등학교에 자살폭탄 테러를 가해 10대 청소년 48명을 숨지게 했다.
조성은 기자
“자폭테러 하거라”… 이슬람반군에 14세 딸 바친 부모
입력 2014-12-27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