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을 때 미국이 “매우 실망했다”는 문구를 담은 성명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일본계 미국 학자가 밝혔다.
글렌 S 후쿠시마 미국진보센터(CAP) 선임연구원은 26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하자 미국 정부가 복수의 성명서 문안을 작성해 주일 미대사관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 정부는 “일본 지도자가 주변국과의 관계를 악화하는 행동을 해 실망했다”는 성명을 냈었다. 후쿠시마 선임연구원은 당시 대사관에 전달된 문안에는 ‘매우 실망했다(very disappointed)’는 표현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토 결과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에 ‘매우’라는 말을 쓰는 건 지나치다는 결론이 나 ‘실망했다(disappointed)’는 수준으로 성명이 발표됐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선임연구원은 일본군 위안부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역사인식 문제로 규정하고 “어떤 국가든 역사는 역사학자가 논의할 일이며 정치가가 과도하게 관여하면 외교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아베 내각의 안보정책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평화헌법 개정 등 역사인식과 관련해서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선임연구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일본계 3세로, 1980년대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대(對)일본·중국 통상정책 입안 등에 관여했다. 일본 AT&T 부사장을 지내는 등 일본에서 20년 이상 체류한 지일파 학자다.
조성은 기자
‘신사참배 항의’ 美 성명 “매우”가 빠진 이유
입력 2014-12-27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