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달 초 운전하다 체포된 여성 2명이 테러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재판하는 법정에 기소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성운동가 로우자인 알하틀로울(25)과 메이사 알아모우디(33)는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의 국경검문소에서 체포됐다. 알하틀로울은 지난달 30일 여성 운전을 금하는 사우디 당국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UAE에서 차를 몰고 사우디 횡단을 시도하다 체포됐고 이튿날 알아모우디가 알하틀로울에게 음식과 담요를 전달하러 차를 몰고 갔다가 역시 붙잡혔다.
한 달 가까이 구금된 이들을 사우디 당국은 특별형사법정에 기소했다. 특별형사법정은 대테러 목적으로 세워진 곳으로 이 법정에 여성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들이 정부에 밉보여서 구금되고 특별형사법정에까지 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여성 운전금지 반대운동을 해왔으며 트위터 지지자(팔로어)만 35만5000명에 달한다.
인권단체들은 이들의 구금 단계에서부터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여성 운전을 금하는 유일한 나라지만 국내법 어디에도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은 없다. 다만 관습적으로 여성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운전을 금지해왔을 뿐이다. 때문에 여성이 운전하면 무면허 운전 혐의로 처벌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체포된 여성들은 모두 UAE에서 면허를 취득했다. 사우디, UAE 등 걸프지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는 회원국 간 운전면허증뿐 아니라 자동차 번호판까지 자유롭게 통용하는 협약도 맺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사우디 여성 운전자는 테러범?
입력 2014-12-27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