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베테랑은 기 싸움의 선봉장이다. 그들이 몸을 사리면 어린 선수들은 주눅이 든다. 특히 단기전에서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2015 호주 아시안컵(1월 9일∼31일)에서도 베테랑의 활약에 따라 우승후보(한국·일본·이란·호주)의 팀 분위기와 성적이 요동칠 전망이다.
◇차두리 ‘마지막 불꽃’=서른네 살의 차두리(FC 서울)는 ‘슈틸리케호’의 최고참이다. 그러나 20대 선수 못지않은 체력과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28경기에 출장해 활발한 오버래핑과 탄탄한 수비로 2도움을 기록했다. 서울은 차두리가 오른쪽 측면을 잘 지킨 덕분에 리그 3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차두리는 지난 9월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1년 11월 15일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이후 2년 9개월 만에 한국축구 대표팀에 발탁된 것이다. 차두리가 아시안컵 무대에 서는 건 2004년 중국, 2011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차두리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그는 “한국이 우승 전력임을 느낀다”며 “마지막이기 때문에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엔도 야스히토 ‘패스의 달인’=일본 대표팀 주장인 엔도(34·감바 오사카)는 한국 대표팀의 기성용과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된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쳐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뽑혔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절묘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16강 진출을 이끈 엔도는 세리에 A(이탈리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J리그에 남았다. 이번 시즌 감바 오사카의 트레블(J리그·리그컵·일왕배 우승) 달성 주역으로 활약했다. 일본의 ‘패스 축구’는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인 엔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모든 패스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될 정도다. 상대 허를 찌르는 위치선정과 정확한 패스 능력이 장점이다. 4회로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인 일본은 5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려 출발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자바드 네쿠남 ‘5연속 출전’=이란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네쿠남(34·오사수나)은 2000년 레바논 대회 이후 5회 연속 아시안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는 아시안컵 역사상 최다 출전 기록이다. 네쿠남은 최근 소속팀에서 훈련을 하다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전력 핵심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네쿠남의 부상으로 이란 대표팀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네쿠남은 아시안컵에 나올 전망이다. 무릎 부상이 심하지 않았고, 재활로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네쿠남은 25일(한국시간) ‘테헤란 타임즈’를 통해 “곧 팀 훈련에 합류할 것이다. 나는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있다”며 출전 의지를 밝혔다. 이란은 1968년, 1972년, 1976년에 아시안컵을 제패한 뒤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해 우승에 대한 갈증이 크다.
◇팀 케이힐 ‘첫 우승 야망’=호주 대표팀의 간판스타 팀 케이힐(35·뉴욕 레드불스)은 이동국과 동갑이다. 1997년 잉글랜드 밀월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거의 매 시즌 20경기 이상을 뛰었다.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에서 주전으로 뛰며 8년간 68골(278경기)을 넣었다. 올해 레드불스에서는 29경기에 출전했다. 2006 독일월드컵을 시작으로 3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었다. 통산 5골을 넣은 케이힐은 아시아 최다 득점자다. 아시안컵에서는 10경기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소속 팀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케이힐은 전문 공격수가 부족한 호주 대표팀에서는 중앙 공격수로 뛰고 있다. 178㎝로 키가 크지 않지만 제공권 장악이 탁월하다. 주최국이자 지난 대회 준우승 팀인 호주는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내가 있다
입력 2014-12-27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