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페루 선교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에 열광하는 페루인들이 페루의 한인교회에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있다.
페루 수도 리마의 페루한인장로교회(방도호 목사)는 한류 때문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루 빈민촌을 대상으로 사역하던 방도호 목사는 2009년 당시 페루 내 한류를 보고 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현지인 80여명을 포함해 교회 재적인원이 120여명이다.
교회는 한국어에 관심 있는 한류 팬들을 위해 예배 때 스페인어와 한국어를 섞어 쓴다. 한국음식부 한국노래부 한국연극부 율동부 찬양부 악기부 태권도부 등 다양한 소그룹도 만들었다.
최근 방문한 이 교회 주일예배에서는 현지인 성도들이 신앙을 바탕으로 한 상황극, 뮤지컬에서 한국어로 연기하고 노래했다. 발음은 어설펐지만 알아듣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사회를 보는 한국인 여성이 중간중간에 스페인어로 설명을 곁들였다.
방 목사는 “지난 6월 케이블 방송 tvN이 페루에서 ‘꽃보다 청춘’을 촬영한 이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려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며 “이들을 전도해 신앙생활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아예 2009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한국문화원’을 열었다. 현재 학생은 250여명이며 2012년 그룹 JYJ와 빅뱅이 페루에서 공연했을 때는 5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선교사들은 페루 곳곳에 한국어 교육시설을 개설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의 서태환 선교사는 따끄나 지역에, 같은 교단의 민병문 선교사는 치끌라요 지역에 올 초 한국어 교실을 열었다.
페루에서 한류는 2002년 국영방송 TNP(현 ‘TV페루’)가 탤런트 안재욱이 출연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와 ‘이브의 모든 것’을 방영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큰 인기를 모으자 이들 드라마는 2005년 재방영됐다.
이후 2008년에는 MBC 드라마 ‘대장금’이 방송되면서 페루 내 한국 드라마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현재 페루는 남미에서 한국 드라마가 가장 많이 방영되는 국가로 꼽힌다.
10여년 전 리마 중심가에 한국 음반 판매점이 생기면서 시작된 K팝의 인기도 2012년부터 본격화했다. 2012∼2013년 한국의 인기 그룹 및 가수인 JYJ, 유키스, 김현중, 슈퍼주니어가 페루에서 공연했고 SS501의 멤버 박정민과 허영생, JYJ의 김재중이 이곳에서 팬미팅을 가졌다.
방 목사는 “지금은 페루 젊은이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K팝에 열광한다”고 설명했다. 리마에는 한류 팬들이 모여 춤을 추는 ‘한류 춤공원’도 있다. 100여개 되는 페루의 모든 대학에는 한류 팬클럽이 있다.
지난 6월 ‘꽃보다 청춘’ 페루 편이 한국에 방송된 이후 페루 관광청 추산으로 한국의 관광객 수가 약 400% 늘면서 한류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방 목사는 “하나님께서 한류라는 좋은 선교 도구를 중남미에 허락하신 것 같다”며 “한글에 대한 관심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한국의 소식과 복음을 담은 한글 신문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마=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페루에 K팝 등 한류 바람… 한인교회 신바람
입력 2014-12-29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