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자충수?… ‘인터뷰’ 美 전역 상영

입력 2014-12-26 04:54 수정 2014-12-26 15:1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가 24일(현지시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비디오’와 유튜브, 구글 ‘플레이’ 등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 배포됐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가 미국 전역 개봉에 하루 앞선 24일(현지시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격 공개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소니픽처스는 성탄절을 맞아 독립영화관 300여곳에서 ‘인터뷰’ 상영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24일 오전 10시부터 구글 ‘플레이’와 ‘유튜브 무비’,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비디오’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형비디오(VOD) 형식으로 선(先)공개했다. 해커집단 ‘평화의 수호자(GOP)’의 테러 위협에 개봉을 취소했다가 비난 여론에 재개봉 추진을 결정한 지 하루 만이다.

마이클 린턴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디지털 배포 방식을 택했다”며 “사이버 범죄가 결코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소니는 미국 최대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애플 아이튠스, 아마존닷컴 등 추가 공급자를 계속 물색해 온라인 배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니는 이들 온라인 플랫폼에 ‘인터뷰’를 업로드하고 스트리밍은 회당 5.99달러(6600원), 다운로드는 14.99달러(1만6500원)에 제공하고 있다. 공개 대상은 미국 사용자로 한정됐으며 관람 등급은 ‘R’(Restricted·17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나 성인 보호자 동반 요망) 등급이다.

영화는 김 제1비서를 인터뷰하기 위해 북한으로 향하는 TV 토크쇼 진행자와 프로듀서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암살 의뢰를 받아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담았다. 미국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 네티즌들이 10점 만점에 9.9의 평점을 몰표하고, 온라인 배포 직후 파일 공유 사이트인 토렌트에 해당 영상이 풀려 수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이 이어졌다. 반면 실시간 영화 비평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 공개된 전문가 평점은 53%(100% 만점)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혹평을 받았다.

백악관은 “외국 독재자가 미국의 영화를 검열할 수는 없다. 영화를 볼지 말지는 국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온라인 배포 결정에 재차 환영을 표했다. 하지만 테러 위협에 상영을 취소하고 온라인 배포에도 반대해 온 AMC·리걸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극장 체인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극장→주문형비디오·유료TV→디지털비디오(DVD)·케이블TV’라는 영화배급 체계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 주권과 최고지도자의 존엄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조롱”이라면서도 “물리적 대응에 나서진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니 해킹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해킹의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사이버 보안 업체인 ‘노스’의 커트 스탬버거 수석부회장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별도 조사 결과 소니를 해킹한 것은 북한이라는 FBI의 조사 결과는 잘못됐다”며 소니픽처스 로스앤젤레스지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퇴사한 레나(Lena)라는 이름의 여성이 GOP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