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요우커) 유치를 놓고 한·일전이 치열하다. 양국 모두 요우커가 외국인 관광객 중 최대 ‘고객’으로 관광수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5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1217만7500명 중 중국인은 221만9300명이다. 중국인의 방일은 2013년 동기 대비 무려 82.2%나 급증했다. 특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양국 관계 악화로 중국인 방문이 7.8% 줄어든 전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국가별 방문자 수에서도 대만(261만7700명) 한국(248만4400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22일에는 일본 방문 외국인이 13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은 1∼11월 방문 외국인이 1311만4947명이고, 이 중 중국인은 570만6364명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중국인이 40.9% 늘었지만 증가폭은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 입장에선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수가 급증하는 것이 결코 반가울 수만은 없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경우 한·일 양국을 비슷한 관광지로 여기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광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2013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래관광객들은 한국과 함께 방문을 검토했던 국가로 일본(3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태국(20.5%) 중국(9.3%) 대만(7.9%)과 차이가 큰 편이다.
특히 양국 모두 극심한 소비 부진을 겪고 있어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라도 ‘많이 오고 많이 쓰는’ 요우커를 적극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1인당 쇼핑 비용은 901.2달러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비용 증가는 중국인의 영향이 컸는데, 1분기 기준 중국인 1인당 지출은 1738.4달러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 역시 올해 1∼9월 외국인 쇼핑액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3.8%에 이를 정도로 막대했다. 방문객 1위 대만은 18.4%에 불과했다.
일본의 최근 움직임 역시 한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은 10월부터 외국인 대상 면세 품목을 확대하는 등 외국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2020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2020년까지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실제 부진을 거듭하던 일본 백화점 업계는 면세제도 확대 후인 11월 매출에서 상위 3개사 중 2개사의 매출이 전년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다. 면세품 매출이 2.3∼2.7배 늘어난 영향이 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선 중국인 방문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외국인 방문객 중 중국인 쏠림 현상도 개선해야 할 필요는 있다”며 “일본이나 대만 홍콩 등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들의 방문객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왕서방 모셔라” 불 붙은 한·일전
입력 2014-12-26 0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