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전자, 유업, 인테리어 등 업계마다 경쟁사 제품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낯 뜨거운 비방전이 잇따르고 있다. 임직원의 과잉 충성이나 실적 압박에 따른 일탈에 그치지 않고 회사 차원의 조직적 행위도 적지 않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5일 OB맥주의 대표 상품 ‘카스’가 변질됐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하이트진로 직원 6명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특판 대전지점 간부 이모(45)씨 등은 지난 6월 24일 지인 11명에게 “6월 18일 생산된 카스맥주 중 변질된 제품이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어른들이 드시면 하늘로 빨리 간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씨 등은 지점 전체 직원에게 밴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카스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리도록 지시했다. 본사 직원 안모(33)씨도 지난 8월 5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지인 20여명에게 카스맥주가 가임기 여성 등에게 위험하다는 식의 음해성 소문을 퍼뜨렸다. 2012년에도 하이트진로 임직원이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처음처럼’ 비방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전단과 현수막에 사용했다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8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KCC는 지난 9월 TV 광고에서 좋은 창호를 고르는 방법을 설명하며 “지인은 모른다”는 표현을 썼다. 지인은 LG하우시스의 인테리어 브랜드 ‘지인(Z:IN)’을 연상시키는 단어다. KCC는 아는 사람을 뜻하는 한자어 ‘지인(知人)’이라고 주장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비방광고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쇼핑업체 위메프는 지난해 6∼12월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구빵(‘쿠팡’ 연상 단어) 비싸” 같은 표현이 들어간 영상광고를 올렸다가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LG전자 조성진 사장 등 임원진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매장 2곳에 진열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피소됐다. LG전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 2010년에는 무인경비 보안업체 ADT캡스 직원이 서울 마포구 상가 7곳의 에스원 세콤 보안기기를 훼손하다가 체포됐다.
‘더티 플레이’(비신사적 행동)는 업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되곤 한다. 주류업체들이 비방전을 벌이는 동안 소비자는 수입 맥주에 눈을 돌렸고, ‘쥐 식빵’ 사건이 터진 2010년 12월에는 빵집마다 빵과 케이크가 남아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할 땐 그렇게라도 해서 반사이익을 보려는 유혹이 있는데, 업계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기획] 끝없는 경쟁사 비방 기업들 ‘파울 플레이’
입력 2014-12-26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