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등급만 大入 활용… 학생부담·사교육 줄어들까

입력 2014-12-26 04:24 수정 2014-12-26 09:55
교육부가 수능 영어 과목을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건 사교육 억제를 위해서다. ‘시험 영어’가 아닌 의사소통 위주의 ‘살아있는 영어’ 실력을 키우겠다는 목적도 있다. 그동안 수험생 사이에선 EBS 수능 교재를 한글로 번역해 외우는 ‘기형적’ 학습방식까지 횡행했다.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험생의 영어 부담과 사교육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입시 부담이나 사교육 규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만만찮다. 수능 변별력이 영어 대신 국어·수학에 몰리면서 관련 사교육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 총량불변의 법칙’ 깨질까=교육계에선 ‘사교육 총량불변의 법칙’이 오랫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입시 정책을 어떻게 바꾸든 사교육 전체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어설프게 대입 제도를 건드려 사교육 규모를 키우고 변종 사교육을 키우기도 했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돌리면 상당한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미세한 차이로 등급과 점수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경쟁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수능에서 90점과 89점, 88점은 사실상 실력차가 없는데도 상대평가이다 보니 1점에 따라 대학 당락이 갈렸다. 이 때문에 ‘실수하지 않기 위한 사교육’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대입 변별력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올해처럼 영어에 이어 수학마저 쉽게 출제되면 대입 전반에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거의 없어지고 국어와 수학 혹은 탐구영역 과목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결국 영어 사교육 시장이 줄어든 만큼 다른 과목들의 사교육 시장을 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박모(44·여·충남 당진)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 가기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5)군은 “국어와 수학 등 다른 과목이 훨씬 중요해져 관련 학원을 더 다니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서열구조 등 개선해야=2017학년도부터 수능 필수과목인 한국사도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필수과목인 영어와 한국사가 절대평가 체제로 바뀌면서 다른 과목들도 절대평가로 전환해 ‘자격고사’ 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수능이 자격고사로 변하더라도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대학별 고사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생부 위주로 대입을 바꾸려 하지만 대학들은 학생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는 대학의 경우 재정지원과 연계해 규제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는 대학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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