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 신입행원 채용이 크게 줄었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은행 여건이 어려워진 데다 비대면 채널 활성화와 인사적체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외환 등 시중은행의 올해 정규직 신규 채용은 총 1918명으로 지난해(2235명)보다 14.2% 감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금융권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고 말한 뒤 상반기에 닫혔던 채용문이 하반기에 열리긴 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은행에 더 이상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아졌다는 점이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점포를 통폐합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한두 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은행들은 핀테크 열풍에 맞서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나섰다. 자연히 적자 점포를 중심으로 점포도 정리하고 있다. 손안에 은행이 들어오게 되면서 더 이상 영업점 거대 인력은 불필요해졌다.
인사적체 또한 하나의 요인이다. 은행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10% 이상씩 성장할 때 행원을 많이 뽑았다. 이들이 이제 간부급으로 편입되면서 은행이 새로운 행원을 뽑을 여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나가보면 대리급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며 항아리형 인력 구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당장 이들의 인건비가 많이 드는 것뿐만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한꺼번에 퇴직하게 될 경우 인력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미래를 보고 매해 나갈 인원을 산정해 그만큼의 신입 채용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최근 은행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아 새로 사람을 뽑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노사가 공생하기 위해선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임금을 줄이든, 행원 수를 줄이든 결단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인해 둘 다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신규채용 門 좁아지는 은행
입력 2014-12-26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