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맞아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테러를 잠시 잊고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눴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기독교인들은 24일(현지시간) 한 교회에 모여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성탄 전야 예배를 올렸다. 로이터 통신은 참석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한 제2의 도시 모술,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 등에서 쫓겨나 난민 신세가 된 수천명의 이라크 기독교인을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의 난민촌 등에 전화를 걸어 기독교 난민들을 위로했다. 교황은 “오늘 밤, (갈 곳 잃은) 여러분은 마치 예수 같다”며 “나는 여러분과 가까이 있으며 당신들을 축복하겠다”고 말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는 “오만과 자만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다”며 “선량함과 부드러움으로 삶을 살아가라”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영국과 독일 군인들은 수도 카불 인근에서 ‘크리스마스 휴전 축구’를 재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당시 양국 군인은 성탄절 전야와 성탄절 이틀 동안 잠정 휴전이 합의되자 축구 경기를 하며 전쟁의 공포를 잊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지로 알려진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는 올해도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에서는 지난 7∼8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50일간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격전을 벌였던 시리아 중부 도시 홈스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수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극에서 남태평양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첨단 레이더망을 활용한 실시간 산타 위치 추적 서비스를 59년째인 올해도 제공했다. 윌리엄 고트니 NORAD 사령관은 트위터를 통해 “산타가 사이버 공격 등을 받지 않고 북한 상공을 무사히 통과했다”며 “북한 지도자들은 버릇이 없을지 몰라도 어린이들은 아직 천진난만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경찰들이 나서 독지가들이 기부한 현금과 선불 현금 카드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루이지애나주 코빙턴시 경찰은 지난 22일 ‘비밀에 싸인 산타’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2500달러(약 275만원)의 기부를 받고 경찰들이 1인당 300달러씩 나눠 거리로 나섰다. 홍콩에서는 성탄절 전날 수백명이 거리에 나와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5일 도심 점거 시위가 마무리된 뒤 처음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성탄절 전세계 분쟁지에 울린 ‘평화의 캐럴’
입력 2014-12-26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