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힘이 숫자로도 증명되고 있다. K팝 스타들의 해외 공연 수입,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수출 등에 힘입어 만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문화 관련 국제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10월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입(벌어들인 돈)은 7억6720만 달러(약 8500억원)였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7억3090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올해부터 개편된 국제수지 통계 체계에 따른 집계 결과다.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입은 영화·라디오·TV프로그램 제작, 보건, 교육과 관련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뜻한다. 한류가 태동한 1990년대 후반부터 벌어들이는 돈이 생기기 시작, 2004년부터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1년엔 5억2000만 달러, 2012년엔 6억7000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그럼에도 관련 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보다 사오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입은 사상 최고치였지만 관련 수지는 838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10월 기준으론 3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내 연간 기준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흑자를 이끈 주 요인은 ‘한류’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데서 보았듯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면서 공연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게 늘었다. 또 일본 중국 등지로의 프로그램 수출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별에서 온 그대’가 인기를 끌면서 수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드라마 ‘상속자들’이 회당 3만 달러에 팔린 뒤 ‘별그대’는 4만 달러 선에 판매돼 8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1년 만에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이종석, 박신혜가 주연한 드라마 ‘피노키오’가 회당 28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62억원을 벌어들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출도 증가 추세다. ‘런닝맨’ ‘꽃보다 할배’ ‘아빠 어디가?’ 등이 수출돼 해당 국가 버전으로 제작되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효자 韓流’ 문화수지 첫 흑자
입력 2014-12-2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