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가석방 적극 검토할 만하다

입력 2014-12-26 02:50
수감 중인 기업인 사면·가석방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여권 내부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면·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4일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기업인들의 사면이나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문제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 등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이 필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그 필요성을 여러 차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2일 예정된 청와대와 새누리당 신년 인사회에서 이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김 대표와 달리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이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대기업 편들기라는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운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이라서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두 가지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처벌받을 부분은 처벌받아야 하지만 (수감이) 오래된 사람들은 나와서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말이 맞다고 본다. ‘땅콩 회항’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해서 특정 그룹과 그 재벌 3세의 잘못을 전체 대기업의 문제인양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기업인들의 범죄행위는 단죄해야 하지만 선처가 필요할 경우에는 대국적 견지에서 바라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기업인 사면권 행사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한 이후 그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과거 정권들이 특별사면을 남발하면서 법집행의 부작용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개개인에 대해 국가 형벌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특별사면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가석방은 사면과 좀 다르다. 가석방이 넓은 의미의 사면권에 포함될 수는 있으나 법적으론 엄연히 구분된다. 우선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다. 법상 요건도 있어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해야 대상이 된다.

물론 기업 총수 몇몇이 가석방된다고 해서 경제 활성화가 이뤄진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 등은 총수의 결단을 요한다는 점에서 경제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더 중요한 건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수형자는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기업인에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가석방 대상에서조차 배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데 아무리 법무부 소관이라 해도 기업 총수의 가석방은 정치적 부담이 있는 만큼 청와대의 언질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교감 아래 행형 성적이 우수한 기업인들을 내년 설쯤에 가석방으로 풀어줘 다시 기회를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당 기업인은 사회에 복귀한 뒤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