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흑인 소년 안토니오 마틴이 경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교외 버클리 지역은 수백명의 시위대가 사건 현장에 집결해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일대에서는 최근 4개월 동안 4명의 흑인 청소년이 경찰의 총격에 희생돼 민심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마틴이 먼저 경관에게 총을 겨눴기에 비무장 흑인을 대상으로 한 퍼거슨이나 뉴욕 사건과는 다르다”고 강변했으나 흥분한 흑인사회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존 벨마르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성난 군중이 폭발물과 벽돌, 돌을 던지고 상점을 방화하는 등 과격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시위 현장에는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50명 이상의 경찰이 투입돼 시위대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명의 경찰이 부상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시위대 4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사망한 마틴이 이미 무장 강도 및 폭행 혐의 등 범죄전력이 있다고 공개했다. 마틴을 사살한 경찰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34세의 6년차 베테랑 경관이며 현재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마르 서장은 “사건 당시 순찰차의 비상등이 켜져 있지 않아 이와 연동된 해당 경관의 ‘보디캠’(경찰 몸에 부착된 카메라)이 작동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주리주 레이 닉슨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법을 준수하고 시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이 경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세인트루이스에서만 지난 8월 이후 경찰의 총격으로 4명의 흑인 청소년이 희생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백인 대런 윌슨 경관이 비무장 상태인 흑인 마이클 브라운(18)을 사살했지만 불기소 결정이 내려져 전국적인 ‘퍼거슨 시위’를 촉발했던 사건 역시 세인트루이스 관내에서 발생했다. 이후 카지메 파월(25), 본더리트 마이어스(18)에 이어 마틴까지 연이어 희생되면서 흑인사회의 반발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경찰 총격에… 넉달새 4명이나
입력 2014-12-26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