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열풍이 연말 가요계의 공연장 문화까지 바꿨다. 대형 가수들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복고 콘셉트로 기획됐고, MBC 무한도전은 아예 1990년대 가수들을 한 무대에 세웠다.
가요계 관계자는 25일 “복고가 인기를 끄는 건 팍팍한 현실에 지쳐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가장 순수했거나 열정적이었던 ‘나’를 그리워하며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연말 공연이 해소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철이 24∼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진행하고 있는 콘서트 ‘울트라캡송’은 공연 시작을 알리는 게스트부터 복고 분위기를 연출했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6’ 참가자 이해나는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등 80, 90년대 노래로 흥을 돋웠다. 이승철이 팝송 ‘YMCA’를 부를 땐 관객들이 양팔로 ‘Y’ ‘M’ ‘C’ ‘A’ 철자를 만들며 호응했다. 코러스들은 반짝이 나팔바지까지 입었다.
싸이도 작정하고 복고를 추구했다.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올나잇 스탠드 2014’는 조명부터 무대, 댄스까지 모든 게 80년대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싸이는 “80년대 나이트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복고의 절정을 보여준 건 히트곡 ‘새’를 부를 때였다. 싸이는 노래를 디스코풍으로 편곡했으며, 무대는 80년대 젊은이들의 반항과 사랑을 담은 뮤지컬 ‘그리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댄서들은 원색의 나팔바지에 독특한 가발을 쓴 채 디스코를 췄다. 콘서트장을 찾은 박준영(36·여)씨는 “화려한 아이돌의 노래보다 80, 90년대 노래가 더 정감 있고 흥이 난다”면서 “힘든 시기에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MBC 무한도전이 27일 방송하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는 90년대 가수들이 총출동한다. ‘토토가’에 출연할 가수들을 섭외하는 과정이 예고편으로 전파를 탔는데도 방송사들의 가요 시상식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건모부터 김현정, 소찬휘, 엄정화, 이정현, 조성모 등 가수들의 면면히 화려하다. 지누션과 터보는 ‘토토가’에 나가기 위해 오랜만에 멤버들이 뭉쳤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1세대 아이돌인 HOT 복장으로 변신해 관객 앞에 섰다. 지난 18일 녹화장을 찾은 이들에게는 90년대 패션이 드레스 코드로 제안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1980·90년대 가수에다 무대는 나팔바지에 디스코로… 복고 열풍, 연말 가요계 공연장 뒤흔든다
입력 2014-12-26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