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북한에 지식공유사업(KSP)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제삼국을 이용하면 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문경연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최근 ‘KDI 북한경제리뷰’에서 북한이 자연스럽게 시장경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KSP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도 여러 기관에서 이 같은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교육기관이 다양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은 공식적인 국가 경제체제는 사회주의 계획 경제이지만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장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89년 냉전이 해체되고 사회주의 동맹국이었던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지원이 줄어들면서 시장경제 제도와 과학기술 등에 대한 관심은 더 깊어졌다. 1990년대 초 김일성종합대학에 외국경제학과 국제금융학과 국제법과 등을 신설했고, 무역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문 부연구위원은 “북한도 실제 밑바닥에선 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현상을 거스를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직접 나서서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기도 했다. 1998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도움을 받아 시장경제 교육기관인 ‘나진기업학교’를 설립했고, 2004년엔 스위스개발협력기구(SDC)의 지원을 받아 평양비즈니스스쿨(PBS)을 세웠다. 1997∼2007년 이런 식으로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받은 것은 90회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 기간 동안 북한에 시장경제 교육 사업을 9번 실시했다. 해외연수에 참여한 북한 관료도 1997년 10명, 1999년 40명, 2000년 158년, 2004년 22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7월 북한은 6개 경제개발구를 추가로 지정했고, 노동 인센티브제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에 시장경제 관련 지식을 전수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3월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 조세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교육이 중단되는 등 지속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도 2008년 ‘북한에 대한 시장경제 KSP 사업’을 시도했지만 2010년 5·24조치가 취해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문 부연구위원은 KSP 사업을 실시하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제삼국을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과 양자 방식의 사업을 하면 정치·외교적 대립이 발생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 대상국으로는 체제 전환 경험이 있는 국가(중국 러시아 등), 북한과 외교적 관계가 원만한 국가(스웨덴 스위스 등), 현재 북한에 지식공유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캐나다 독일 등)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北 시장경제로 이끌려면 지식공유사업 활성화를”
입력 2014-12-26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