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이 100만 관객을 돌파,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실제 영화 속 주 무대인 ‘부산 국제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영화인기 덕에 신바람 나는 ‘추억의 명소’로 거듭났다.
25일 성탄절 오후. 부산시 중구 국제시장은 추운 날씨에도 평소보다 방문객이 늘어 활기가 넘쳤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이유리(24·여)씨는 “영화를 보고 호기심에 처음 국제시장을 찾았다”며 “영화 속 시장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가게인 ‘꽃분이네’는 방문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영화 속 꽃분이네는 국제시장 3공구 내 ‘영신상회’를 한 달 간 임대해 촬영한 세트다. 극 중에서는 수입품 가게지만 실제로는 양말과 스카프 등을 파는 액세서리 가게다.
영신상회를 운영하는 신모(37·여)씨는 “방문객들이 ‘여기가 꽃분이네다’라고 말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물건을 하나 더 사기도 한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도 분당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장을 찾은 최경호(56)씨는 “한국전쟁 때 우리 아버지들의 피눈물나는 생존의 터전이 됐던 이곳을 부모님과 함께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아버지께 마음의 고향과 같은 이곳에서 과거의 향수와 추억을 선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국제시장을 방문한 유모(35)씨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국제시장을 찾은 건 처음”이라며 “영화를 본 뒤 ‘국제시장에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면서 꼭 한번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도 ‘영화 국제시장 효과’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운 국제시장 상인회장은 “요새는 지하도 옆 거리까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다”며 “영화 흥행과 크리스마스트리축제가 겹치면서 평소 주말보다 방문객이 3∼4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인들은 영화를 계기로 시장 곳곳에 영화 촬영지라는 표지판을 설치키로 하는 등 쇼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국제시장은 1498개의 포목점, 양품점, 기계공구상가 등이 몰려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의 한반도 폭격에 대비해 일제가 민간인 대피공간으로 조성한 공터에 광복 후 군수물자들이 쏟아져 나오며 시장이 형성됐다. 1948년 판자건물 12채에 1000여개의 점포가 생겨나며 ‘자유시장’으로 불리다 1950년 ‘국제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6·25전쟁 때는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이 모여들고, 미국의 구호품과 군용품이 유통되면서 인근 광복동, 남포동과 함께 거대한 상권을 형성했다. 또 밀수가 너무 성행하자 1951년 미군이 국제시장을 포위하고 물품을 압수해 상인들을 대성통곡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지금도 수많은 공산품과 수산물, 먹거리 등으로 관광객들의 필수방문 코스다.
부산=글·사진 윤봉학 이영재 기자bhyoon@kmib.co.kr
“여기가 꽃분이네”… 영화 덕에 신바람 난 부산 국제시장
입력 2014-12-26 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