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사랑과 축복 전하는 한국 근현대 명화들

입력 2014-12-26 02:34 수정 2014-12-26 15:41
서울미술관의 소장품 전에 선보이는 작품들.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중 ‘아기예수의 탄생’. 서울미술관 제공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중 ‘최후의 만찬’. 서울미술관 제공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중 ‘부활’. 서울미술관 제공
이중섭의 ‘환희’. 서울미술관 제공
안병광 서울미술관 회장이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에게 ‘황소’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서울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서울미술관이 연말연시를 맞아 한국 근현대 명작을 엄선해 소장품 전을 열고 있다. 1부 ‘거장’ 전에는 이중섭 박수근 등 우리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36명의 회화 70여점을 선보인다. 2부 ‘오, 홀리 나잇!’(O, Holy Night!)에선 운보 김기창 화백이 6·25전쟁 중 피란생활을 하면서 그린 ‘예수의 생애’ 시리즈 30점이 전시되고 있다.

‘거장’ 전의 하이라이트는 이중섭의 ‘황소’와 ‘환희’다. 오랫동안 외부 전시에 빌려줬다가 서울미술관에 다시 걸린 ‘황소’는 힘센 기운이 느껴지고, ‘환희’는 결혼 첫날밤의 기쁨을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은 25일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 여사가 지난해 가을 미술관에 들렀다가 두 작품을 보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고 소개했다.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색채의 ‘우물가’, 종이에 연필로 그린 ‘젖먹이는 아내’, 화가 특유의 기법을 보여주는 ‘여인과 소녀들’ 등 박수근의 작품도 볼만하다. 유영국의 ‘산’, 문학진의 ‘소녀와 제금’, 김중현의 ‘소녀’ 등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이응노 천경자 나혜석 김주경 이인성 장욱진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이대원 고영훈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오, 홀리 나잇!’ 전에 출품된 운보의 ‘예수의 생애’ 시리즈는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들을 30점의 화폭에 압축적으로 담은 한국적 성화(聖畵)다. 6·25전쟁 당시 운보는 예수의 고난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작업에 들어가 30점을 1년 만에 완성했다.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 등 등장인물들과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됐다.

‘수태고지’ ‘아기예수의 탄생’ ‘동방박사들의 경배’ ‘산상설교’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 못 박힘’ ‘부활’ 등의 작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축복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 관람 후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이었던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을 호젓하게 둘러보는 것도 좋다. 전시는 내년 2월 15일까지. 관람료 3000∼9000원(02-395-01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