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삶 못사는 게 무서워 이 길 택했다”… 가수 신해철 유고집 ‘마왕 신해철’ 출간

입력 2014-12-26 02:37

지난 10월 46세로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의 유고집 ‘마왕 신해철’(문학동네)이 24일 출간됐다. 생전에 고인이 틈틈이 써서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글을 유족들이 발견해 세상에 내놓은 것으로 고인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책이 된다.

1부 ‘나, 신해철’에서는 ‘아버지와 나’ ‘어머니와 나’ ‘무한궤도 이야기 1·2·3’ ‘해철이의 추천 명곡 15선’ 등의 제목들이 보여주듯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2부 ‘마왕, 세상에 맞서다’에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대마초에 대해 알려주마’ ‘100분 토론에서의 소위 복장불량에 관한 대국민 사과문’ ‘숭구리당 정책 발표 회견장에서’ 등 고인의 사회적 발언들을 들을 수 있다.

3부 ‘안녕, 마왕’에는 지인과 친구, 가족, 팬클럽 대표 등이 쓴 추모글을 수록했다. 출판사는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이 사용한 표현들을 최대한 살렸다고 밝혔다.

책의 첫 글 ‘나의 프로필’부터 고인 특유의 쌉싸름한 말투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어머니를 “전형적인 한국 여성에서 매우 삐딱선을 탄 여인으로, 특히 아들에게 ‘인생에서 돈 따위는 허당이란다’ 등등의 메시지를 가르치다가 남편에게 박 터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사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들이 똑같이 걷는 길에서 낙오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나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 훨씬 더 엄청나게 무서웠기 때문에 그냥 나의 방식을 택했다.”

유고집과 함께 고인의 대표곡 50여곡을 담은 베스트 앨범 ‘리부트 유어셀프’도 이날 발매됐다. 27일에는 그간 밴드 ‘넥스트’를 거쳤던 뮤지션들과 그를 기리는 여러 뮤지션이 모여 추모공연을 연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