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남북관계 개선 바란다면 행동으로 보여라

입력 2014-12-26 02:14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4일 집권 후 처음으로 우리 측 인사에게 친서를 건넸다.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3주기에 즈음해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대한 의례적인 감사 표시로 볼 수도 있으나 친서 내용으로 볼 때 그 이상의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은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우리는 선대 수뇌부의 통일 의지와 필생의 위업을 받들어 민족의 통일 숙원을 이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 “다음해 좋은 계절에 꼭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이 여사를 초청했다. 정부도 이미 허가한 사안이어서 이 여사 방북은 시간문제다. 친서에 남북관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행간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김정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혈맹인 중국의 태도도 예전 같지 않다. 고립의 탈출구를 남한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여건과 환경이 시나브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5·24조치,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서 소로를 대통로로 만들자”는 김양건의 말이 그 증거다.

북한이 진정 대통로를 만들려는 생각이 있다면 북한 지도부가 먼저 변해야 한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해놓고도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트집 잡아 무산시키는 비상식적 행위가 되풀이되는 한 상호 신뢰 회복은 어렵다. 개성공단 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존 합의부터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바라고 있다. 분명한 건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는 북한의 상응한 선행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 중단 및 5·24조치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전적으로 북의 태도에 달려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