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규돈(소고기덮밥) 체인 ‘스키야’(사진)는 올해 초 아르바이트 근무자들이 한꺼번에 퇴사하는 바람에 큰 곤경을 겪었다.
일본에서 2000개 가까운 점포를 가진 스키야는 싼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지만 과도한 업무 강도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심야 등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완오페’(원 오퍼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컸다. 혼자서 손님 응대, 조리, 설거지, 청소 등을 처리해야 했다. 시간당 할당량도 있어서 이를 채우지 못하면 임금에서 차감했다.
그러던 중 2월 새로 출시된 메뉴인 소고기덮밥이 집단 퇴사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조리 시간이 길고 설거지도 힘들어 아르바이트생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퇴사하겠다는 움직임이 일면서 3월부터 퇴사가 줄을 이었다.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홀딩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젠쇼는 지난달 2015년 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적자폭이 75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치는 13억엔 적자였다. 식재료 가격 인상도 하나의 이유가 됐지만 아르바이트 집단 퇴사로 점포 폐점이 속출한 반면 비용이 증가한 것이 주 원인이었다. 2011회계연도에서 맥도날드를 제외한 일본 내 외식 체인 중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던 젠쇼는 1982년 창립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키야 사태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편의점,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등에서 자영업자가 늘면서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격화돼 ‘을’의 위치인 아르바이트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판 스키야 사태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노동 환경이 열악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고발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청년유니온은 지난달 ‘블랙기업’ 운동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블랙기업은 일본에서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정의하는 개념이다. 일본에선 2012년부터 블랙기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블랙기업대상’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스키야 사태를 일으켰던 젠쇼도 올해 후보에 올랐다. 이 경우 기업 이미지 타격은 물론 실제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종진 한국사회노동연구소 연구위원은 26일 “고용노동부나 담당 기관이 외부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유통 및 서비스 대기업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와 아르바이트 환경 개선을 위한 협약을 맺고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도 보다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청소년 알바 주의사항] 살인적 노동 환경… 국내판 ‘스키야 사태’ 가능성도
입력 2014-12-27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