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퍼기 타임’ 진실은…

입력 2014-12-26 02:51
축구 경기엔 추가시간이란 것이 있다. 경기 도중 선수의 부상 등으로 발생한 시간 낭비를 보충하기 위해 정규시간 외에 추가로 주어지는 시간이다. 주심은 경기 진행 시계 외에 별도의 시계를 차고 나와 지연 시간을 측정한다. 가끔 이 추가시간에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진다.

추가시간을 가장 잘 활용한 사령탑으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3) 전 감독을 들 수 있다.

퍼거슨은 추가시간에 승부를 뒤집는 마법을 자주 부렸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9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1998-199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맨유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0-1로 뒤진 채 후반 추가시간을 맞았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91분 테디 셰링험의 동점골과 92분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맨유는 이 승리로 프리미어리그 첫 트레블(리그·FA컵·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처럼 퍼거슨이 추가시간에 극적인 반전을 일궈내자 그의 애칭을 딴 ‘퍼기 타임’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퍼기 타임’은 맨유가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심판들이 후반 추가시간을 더 많이 준다는 음모론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퍼거슨이 25일(한국시간) 영국 BT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나는 경기가 몇 분 남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일부러 시계를 보는 척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심판과 상대팀 감독에게 보여 주려는 신호였다. 특히 6만5000여 명의 팬들이 응원하는 홈경기에서 그런 시도는 더 잘 통했다”고 덧붙였다.

‘명문구단’ 맨유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명장’ 퍼거슨이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면 심판으로선 과감하게 경기를 끝내기 어렵다. 실제로 영국 BBC 방송은 2012-2013 시즌 맨유 경기를 분석한 뒤 “맨유가 지고 있을 때 후반 추가시간이 평균 79초 더 많이 주어졌다”며 “퍼기 타임은 79초”라고 보도했다.

퍼거슨은 왜 ‘퍼기 타임’을 활용하려 했을까? 그는 “막판에 골을 넣으면 라커룸 분위기가 엄청나게 좋아진다”면서 “팬들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에 대해 얘기하거나, 집으로 달려가서 가족들과도 축구 이야기꽃을 피우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