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입력 2014-12-27 02:08
한 장 남은 달력마저 마지막 잎처럼 떨어질 때가 되면 사람들은 무리지어 그 서운함을 달래려 한다. 한 해의 끝에 서게 되면 뒤돌아보게 되는 날들, 열심히 살았지만 쌓인 것이 없고 한 해도 성공적으로 살지 못한 것 같은 실패감에 마음에 찬 바람이 찾아들기 때문이다.

한해의 성공을 가늠하게 되는 때,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정치인이 빈민가의 테라사 수녀에게 했다는 질문과 테라사 수녀의 대답을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당신이 하는 일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별다른 성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가끔 좌절하거나 실망한 적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어떻습니까?” “천만에요. 전 실망하거나 좌절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하나님은 제게 성공의 임무를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임무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일의 성과에 대해 회의를 느껴 좌절하고 있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삶의 날들에 대해 자신은 어떤 의미를 두고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성공의 임무를 다하라고 세월을 주신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우리는 주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사랑의 임무를 잊고 성공의 임무에 초점을 맞추어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은 성공을 가늠해 볼 것이 아니라 사랑의 분량을 헤아려 보아야 할 것 이다. 언젠가 인생의 결산을 하게 될 때 성공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고 사랑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것 같다.

가난한 어린 소년이 빈민가에 들고 온 사흘 분의 설탕을 받아든 테레사 수녀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용기를 준다. “사랑은 사흘분의 설탕이에요.” 작은 사흘 분의 설탕 같은 사랑을 했다면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었다면 올 한 해 당신의 시간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 해의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받게 될 것이다. 사랑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다시 한 번 기회로 주어지는 것이다. 새 달력에는 사랑 이야기가 가득 차기를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기도해 본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