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난(多難)하기만 했던 한 해를 어서 보내고, 행복한 새해가 오기를 두 손 모으며….” 한 지인이 보낸 편지 끝 문장이다. 금년에는 더욱 간절함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게 된다. 과연 새해에는 온 세상이 더욱 행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참다운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
행복을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에는 H=S+C+V라는 행복공식이 있다. 행복(H/happiness)이란 이미 ‘설정된 범위(S/set range)’가 50%정도이며, 환경(C/circumstance)의 영향은 10%정도이고, 스스로 통제(V/voluntary control)할 수 있는 40%정도가 있다는 내용이다. 먼저 공식 S를 DNA가 행복의 반절이나 지배한다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최근 후성유전학에 의하면 그런 의미가 아니다. 마틴 셀리그만도 신경가소성과 후성유전학을 전제로 S를 말한다.
후성유전학자 브루스 H 립턴은 행복이란 DNA가 아니라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많은 현대인들이 유전적 결정론에 매달린 DNA의 노예들이라고 지적하면서, 행복은 유전자가 아니라 ‘믿음’의 산물이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생각을 바꾸어 사고의 과정을 재훈련하면 행복을 가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S는 설정된 온도계처럼 환경이 바뀌어도 행복지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우리 내면의 자아상이다. 자아상이 DNA 발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받는 존재이다.’ ‘나는 가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할 일이 있는 존재이다’는 건강한 자아상을 지닌 사람은 이미 행복의 50%가 설정된 것이다. 이 사람은 뇌의 행복부위 좌측 전전두엽피질이 활발하다. 자아상이 시냅스의 확장을 자극하여 신경재조직화가 이루어진다.
우리의 자아상은 생후 5살 이전에 양육자에 의해서 형성되며, 초등학교 선생님과 중고등학교 친구들의 관계를 통하여 완성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그러나 믿음으로 보면, 어느 때나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아! 나는 사랑받는 존재구나’하는 깨달음과 함께 새로운 자아상이 형성되어 행복의 50%가 설정되는 것이다. 리사 랭킨의 저서 ‘치유의 혁명’은 신앙과 교회생활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인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공식은 환경(C)이란 행복의 10%라고 강조한다. 건강, 가문, 외모, 결혼, 트라우마 등은 생각만큼은 영향력이 없다. 이를 ‘쾌락적응’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신혼의 행복은 보통 2년 정도 지나면 평상심으로 돌아온다. 콩깍지 호르몬 페닐에틸아민이 점점 내성이 생기면서 고갈되어 버리니 사랑이 시들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복의 40%를 우리 스스로 통제(V)할 수 있다. 셀리그만은 이 부분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복으로 나눈다. 지나간 과거가 행복하려면 용서와 감사가 필수적이라고 가르친다. 이제 성서의 중심 교훈인 용서와 감사는 심리학이 강조하는 행복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우울증 환자들이 감사 일기를 쓰면서 호전되고 완치되는 사례들이 많으며, 용서지수와 감사지수 검사지가 신입사원, 교회 지도자, 예비 부부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어린 시절에 불행했던 사람이 용서와 감사로 오히려 회복탄력성이 얻어 더 행복한 삶을 살기도 한다. 클린턴, 오바마 그리고 윈프리 등이 좋은 사례들이다. 지금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셈이다. 트라우마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가 아니라, PTG(외상 후 성장)가 나타난다.
현재가 행복하려면 몰입과 친절이 필수적이다. 자기의 강점을 찾아 몰입하면 창조적인 행복이 꽃피는 법이다. 행복은 건강한 몰입이며, 불행은 병든 중독이다. 그리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면 행복은 더욱 증진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무료급식 2시간 봉사하니 면역글로빈이 30% 증가되었다. 올겨울 감기는 친절한 봉사 활동으로 예방하면 좋겠다. 이것이 주님이 말씀하신 황금률이 아닐까(마7:12).
미래의 행복은 낙관주의가 필수적이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리라는 믿음은 최고의 낙관주의이다(롬8:28). 이처럼 우리는 성서의 중심사상이 참된 행복의 필수요소라는 것을 과학이 확증하는 때에 살고 있다.
김종환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
[김종환 칼럼] 새해를 위한 행복 공식
입력 2014-12-27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