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분들께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외국인노동자, 엄마의 리더십으로 청소년 선도에 앞장 선 여경,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위로하는 목사, 슬픔에 빠진 안산시민을 돕는 ‘재래시장 장보기’를 진행한 목사, 볼리비아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선교사, 자살예방상담원, 개척교회 목사를 돕는 전직 의학전문기자, 꿈을 실현한 이 시대 ‘미생’, 신앙서적 후가공을 고집하는 인쇄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소개한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다보면 허리 등 여기저기가 아파서 고통을 호소할 때가 많아요. 음료수 캔을 따지 못할 정도로 손톱이 갈라져서 아프지요. 하지만 지금 제 나이에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더욱이 노동의 대가로 얻은 재정으로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어서 더 기쁩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A모텔에서 매일 청소원으로 일하는 안호원(64·성지교회) 목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2년 전부터 이곳에서 매일 주야로 12시간 넘게 일하며 하루에 일당 6만원을 받는다. 하루 종일 방 20개 정도를 청소한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맘 편히 자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작업복을 입고 새우잠을 자는 것이 습관이 될 정도다. 목사인 그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 사회에서 여러 가지 혜택도 받았고, 많은 분들의 사랑과 후원으로 공부를 했어요. 이제 제가 나눌 차례이죠. 제가 가지고 있는 범위 내에서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 기회 되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힘닿는 데까지 더욱 돕고 싶습니다.”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일한 그에게 돌아오는 돈은 100여만원. 안 목사는 이 돈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돕는다. 그 역시 개척교회 목회자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삶이 더 기쁘고 보람되다고 말했다. 그의 생활비는 안 목사의 사모가 담당한다.
그는 2000년부터 10년 넘게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여러 방법으로 섬겼고, 이로 인해 많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용기를 얻었다. 그는 분기별로 쌀과 일용품 등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전달한다. 복날에는 가족 수대로 닭을 사서 직접 배달까지 한다. 설날이나 성탄절에는 추위에 떨지 않도록 목회자들을 위한 오리털 점퍼를 선물한다. 수시로 목회자들을 식사대접하는 것도 섬김의 한 부분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 남은 시간도 낭비하지 않는다. 근무 중 짬나는 시간을 이용해 장애인과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급식 자원봉사를 한다. 또한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청소해주고 냉장고, 세탁기 등 비품을 교체해주기도 한다.
안 목사는 1994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이후 협동목사, 무임목사로 섬기며 사회활동을 함께 했다. 행정공무원, 인권운동가 등으로도 젊은 시절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YTN, 매일경제, 제일경제 등 언론인으로도 20여년 동안 재직했다. 지난 2001년 마지막 직장이었던 YTN에서 의학전문기자로 퇴직했다. 이후 2011년 5월 가정예배로 출발한 성지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낮은 곳에서 일하는 지금이 더 평안하다고 고백했다.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한 노동을 하면서 힘든 때도 많지만, 오히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간 것 같아 행복합니다.”
글=김아영 기자·사진=강민석 선임기자 cello08@kmib.co.kr
[2014년 우리를 행복하게 한 아홉가지 이야기] 청소 아르바이트로 개척교회 목회자 후원
입력 2014-12-27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