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를 행복하게 한 아홉가지 이야기] 안산시자살예방센터

입력 2014-12-27 02:22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분들께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외국인노동자, 엄마의 리더십으로 청소년 선도에 앞장 선 여경,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위로하는 목사, 슬픔에 빠진 안산시민을 돕는 ‘재래시장 장보기’를 진행한 목사, 볼리비아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선교사, 자살예방상담원, 개척교회 목사를 돕는 전직 의학전문기자, 꿈을 실현한 이 시대 ‘미생’, 신앙서적 후가공을 고집하는 인쇄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소개한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 4월 이후 바쁘기도 했지만 늘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어요. 생각할수록 먹먹했고요.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살았어요.”

경기도 안산시자살예방센터 박미리(31·정신보건사회복지사)씨에게 2014년은 지울 수 없는 한 해였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속한 안산 지역 유일의 자살예방센터 복지사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개원한 센터의 상담 건수는 세월호 사고 후 배 이상 늘었다. 박씨를 비롯한 센터 직원들은 늘 촌각을 다투었다.

“지난봄 자살을 시도하다 응급실로 실려온 50대 가장 한 분이 기억나요. 그분은 10년 전 공사장에서 다친 후 힘들게 사셨지요.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니까 극한의 선택을 하신 거예요. 알코올 중독도 있었고요. 저희 센터가 나서서 상담과 수술비 주선 등 긴급 지원으로 대응했어요. 이렇게 공적 시스템을 적용하고 이웃이 나서니 희망을 가지시더라고요. 이혼 위기까지 간 가정이었는데 다시 건강한 가정으로 회복됐어요.”

안산시 인구는 71만명. 공단이 많고 노인 인구가 높은 편이다. 때문에 월 평균 40여건의 자살과 관련한 문제들이 터진다. 센터 측은 관내 병원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자살 방지 프로그램인 ‘생명사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타까운 경우도 많지요. 지난 7∼8월쯤에 60대 초반 남자 분과 3시간여의 상담을 했어요. 그는 ‘죽기 전에 얘기해야겠다’며 이러저런 아픔을 털어놓으셨어요. 그런데 세상을 놓으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더라고요. 병원 상담 권유와 회복 프로그램 참여 등을 유도해도 소용없더라고요. 떠나는 그분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는데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박씨는 그를 위해 중보기도를 했다. 그가 일하는 센터는 공적 기관이라 예수 복음 권유와 합심기도 등을 하지 못한다. 박씨는 벼랑 끝에 선 이들을 위해 혼자 중보기도로 이끈다. 하나님은 늘 약한 자 편이라는 걸 기도를 통해 느낀다고 했다.

“저도 우울한 경우가 많지요. 그때마다 남편(김정윤·34·군포 대야교회 부목사)에게 위로를 받아요. 남편이 공감하고 지지해주거든요. 내 옆사람이 힘들어하면 ‘해결’해 주지 말고 ‘공감’해주세요. ‘네가 그래서 어려웠겠구나’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거예요.”

2014년.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11년째 불명예다.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한다. 지난해만 1만442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성은 알코올, 여성은 우울증이 문제죠. 경제적 빈곤이 배경이고요. 현장에서 느끼는 건데 크리스천의 자살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요. 따라서 교회가 예수 잘 믿으라고만 하지 말고 약물 치료, 정신과 상담을 권해야 합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이 절절하게 와 닿는 곳이 제 삶의 현장입니다.”

글=전정희 선임기자·사진=허란 인턴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