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분들께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낯선 나라에 와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외국인노동자, 엄마의 리더십으로 청소년 선도에 앞장 선 여경,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위로하는 목사, 슬픔에 빠진 안산시민을 돕는 ‘재래시장 장보기’를 진행한 목사, 볼리비아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선교사, 자살예방상담원, 개척교회 목사를 돕는 전직 의학전문기자, 꿈을 실현한 이 시대 ‘미생’, 신앙서적 후가공을 고집하는 인쇄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소개한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도 문과생이었던 제가 대학시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잠언 16장 9절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라는 말씀이 정말 저에게 해당되는 것 같아요. 눈물을 흘렸던 2년 동안의 취업준비생 생활을 끝내고 첫 직장에서 일하게 된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지난 3월 대기업 S사에 취업한 김태한(29)씨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감사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많은 고객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금액을 다루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그곳에서 완벽한 프로그래밍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직도 자신이 취업한 게 꿈만 같다고 말하는 김씨는 최근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를 보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취업준비생 시절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군 제대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경기도 파주 오산리금식기도원에 올라가 난생 처음 3일 금식기도를 했다. 이후 인도 청년들의 삶을 그린 영화 ‘세 얼간이’를 보면서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따라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평소 관심 있던 투자 분야의 길을 가고자 투자자산운용사, 펀드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땄다. 그 사이 비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서 6개월 동안 일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받은 돈은 한 달에 100만원. 사회의 쓰라린 경험과 막막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 등 어려움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어느 순간 김씨는 자신감 없고 도전에 움츠러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더 좋은 회사 취업을 위해 또 다른 공부를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학자금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마음으로 비정규직을 그만두고 투자 공부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계속 낙방이었죠.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을까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그 사이 저는 신기하게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빠지게 되었어요.”
문과생이었던 그는 자신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재능이 있고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동안 공부한 투자 분야에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즈음 김씨가 확신했던 그 일에 꼭 맞는 자리가 공고됐고, 합격의 기쁨을 얻었다. 모든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는 기적이었고 하나님의 은혜였다.
김씨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용기 목사님의 ‘상상하는 대로 된다’는 말씀을 들으며 힘든 가운데에서도 꿈을 키워왔어요. 저 자신을 바라보니 그동안 바랐던 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네요.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굳게 지키고 꿈을 계속 꾸시길 바라요.”
글=김아영 기자·사진=강민석 선임기자 cello08@kmib.co.kr
[2014년 우리를 행복하게 한 아홉가지 이야기] 비정규직에서 대기업 정규직 입사
입력 2014-12-27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