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원전 공격 위협] 가동정지 협박 시한 ‘째깍째깍’… 정부·한수원 초비상

입력 2014-12-25 04:47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북 경주시 월성 2호기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피신할 것을 권유한다'는 문자가 24일 발송됐다(왼쪽 사진). 원자력발전소 내부 자료를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원전반대그룹(Who am I)'은 25일 성탄절부터 3개월간 원전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왼쪽)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 내부 자료를 자신들이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원전반대그룹(Who am I)’이 ‘2차 파괴’를 일으키겠다며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한 시한(25일)이 다가오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2차 파괴 시한 임박, 원전 멈추나=원전반대그룹은 지난 15일부터 성탄절부터 3개월간 고리 1, 3호기와 월성 2호기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신이 보유한 10여만장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해 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1차 파괴는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불능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고, 2차 파괴는 이 악성코드를 실행해 제어 시스템에 오작동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협박이 실현된다면 3개 원전의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멈추게 된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원전 제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 측은 컨틴전시플랜인 ‘비정상절차서’에 따라 신속한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엔 해커가 원전 제어망까지 침투해 자동 조작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수동으로 전환해 조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실제로 원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의 경우 제어 시스템이 두 단계로 나뉘어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원전 제어망까지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 원전이 2010년 ‘스턱스넷’이라는 해킹 공격을 받아 원전 가동이 정지된 사례에서 보듯 해킹에 100% 안전한 시스템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수원은 만일의 사태로 고리 1, 3호기와 월성 2호기의 가동이 중단돼도 전력 예비율이 충분한 만큼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3개 원전의 용량은 약 230만㎾인데 최근 예비전력이 870만㎾ 수준이어서 3개 원전의 가동이 중단돼도 전력 공급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번 사태에 북한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17일 ‘국가사이버안보위기평가회의’를 개최, 사이버 위기경보 태세를 ‘정상’에서 ‘관심’ 단계로 올린 뒤 23일부터는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또 관계기관 합동으로 월성·고리 원전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기존의 사이버대응팀에 전문가들을 참여시킨 사이버위기대응팀을 구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수원도 24일 서울 삼성동 본사 종합상황실에 비상상황반을 꾸리고 24시간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산업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긴급대응반을 중심으로 비상태세에 돌입하고 한수원의 4개 지역본부 현장에 인력을 배치했다.

이런 가운데 원전반대그룹이 자료 공개에 이용한 ‘드롭박스’ 등 파일공유 사이트에 접속장애가 발생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5번째 원전 자료를 공개하면서 미국계 파일공유 사이트인 페이스트빈과 드롭박스를 이용했는데 공개 직후부터 드롭박스는 아예 접속이 안 되고 있고 페이스트빈에서는 링크 일부가 삭제된 흔적이 발견됐다. 드롭박스는 한수원의 요청에 따라 국내 접속이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드롭박스 접속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