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3차 내각 출범… 극우 신호등 ‘깜빡’

입력 2014-12-25 04:2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소집된 특별국회에서 제97대 총리로 선출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06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내각 수반에 올라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공식 출범한 제3차 아베 내각은 2차 내각 각료 18명 중 에토 아키노리 방위상을 제외한 17명이 유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60) 일본 총리가 24일 제97대 총리로 지명됨에 따라 제3차 아베 내각이 공식 출범했다. 집단자위권 용인과 평화헌법 개정 등 ‘정상국가’를 목표로 한 기존 우경화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어서 한·일, 한·중 관계가 계속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디플레이션 극복, 사회 보장 개혁, 외교·안보 재건 등 난제를 풀어가겠다”며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격렬한 저항도 예상되지만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얻은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 실현에 매진하겠다”고 3차 내각 운영 방침을 밝혔다.

앞서 아베 총리는 12·14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후(戰後) 일본에서 3차 내각이 출범한 건 이번이 일곱 번째다.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해 총리 임기(4년)를 채우면 고이즈미 준이치로(5년5개월 재임) 전 총리를 제치고 역대 5위의 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에서 내각제가 도입된 이래 130년간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남짓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에토 아키노리 방위상 후임으로 나카타니 겐(57) 전 방위청 장관을 선임했다. 잇따른 실언으로 구설에 오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미야자와 요이치 경제산업상 등 기존 각료들은 전원 유임됐다. 지난 9월 개각을 한 데다 정책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9선 의원인 나카타니 신임 방위상은 육상자위대 간부 출신으로 고이즈미 내각 당시 방위청 장관을 지냈다.

총선에서 압승했고 여당 내에도 별다른 견제 세력이 없어 일본 정국은 당분간 아베 총리의 독주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정 주도로 제정된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후체제를 극복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신념에 따라 우경화 정책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다만 앞길은 그리 만만치 않다. 노골적인 우경화로 주변국의 반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 난징대학살 추모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일본의 과거 만행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태평양전쟁 종전 70주년을 맞는 내년 8월 15일 아베 총리가 자신의 역사인식을 담은 ‘아베 담화’를 발표할 경우 역시 광복·항일승전 70주년을 맞는 한·중 양국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된다.

일본 국내의 민심도 싸늘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집단자위권 용인, 헌법 개정 등 우경화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인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중·참의원의 3분의 2 의석을 장악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도 국민투표가 ‘최종 관문’으로 남아 있어 아베 총리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