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대 흑인 소년이 경찰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교외 버클리에서 23일 밤(이하 현지시간) 순찰 중이던 경찰이 흑인 소년 안토니오 마틴(18)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버클리는 18세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해 전국적인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불러일으킨 퍼거슨시에서 불과 3㎞ 정도 떨어진 곳이다.
24일 이른 새벽부터 사건이 발생한 주유소 인근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몰려들어 시위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소요사태가 계속됐다.
세인트루이스 경찰 대변인인 브라이언 슈첼만은 성명을 내고 23일 밤 11시15분쯤 버클리의 한 주유소에서 순찰 중이던 경관이 다가가자 마틴이 먼저 총을 꺼내 경관에게 겨눴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 경관은 곧바로 권총을 뽑아 여러 발을 마틴에게 발사했다. 마틴이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자 마틴과 함께 현장에 있던 다른 한 명은 도망갔고 이후 경관은 마틴의 총을 회수했다고 슈첼만 대변인은 전했다.
경찰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여러 차례 총을 발사했다”고만 해명했다.
그러나 마틴의 어머니인 토니 마틴은 안토니오가 총격을 받고 숨질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고 반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날이 채 밝기도 전인 24일 새벽부터 사건이 발생한 주유소 인근에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시위대는 경찰통제선 테이프를 끊어 헤어밴드처럼 머리에 매거나 목에 두르고 경찰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폭동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은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뿌리고 수갑을 채운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마틴이 사망한 현장에서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망 소식에 울고 있는 장면이 찍힌 사진과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면서 흑인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흑인들에게 총격을 가한 백인 경찰들에 대한 잇단 불기소 결정으로 미국 전역의 항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퍼거슨 사태의 진원지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서 또 다시 10대 흑인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항의하는 시위는 전국적으로 재차 확산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또… 美 흑인 소년 경찰 총격 사망
입력 2014-12-25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