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용 수류탄 최루탄 연막탄… 서울 곳곳에 놓고 달아난 前 부사관

입력 2014-12-25 04:26
전직 군 부사관이 서울 도로변 곳곳에 연습용 수류탄과 최루탄 등을 몰래 놓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0여년 전 군에서 전역하며 무단으로 반출한 폭발물이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2003년 9월 중사로 전역한 김모(40)씨는 전날 새벽 집안 책장에 보관하던 최루탄, 연막탄, 연습용 수류탄 등 폭발물 9개를 케이크 상자에 모조리 담아 거리로 나섰다. 그는 서울 은평구 응암동부터 지하철 3호선 불광역, 연신내역 등을 거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까지 약 10㎞를 걸어다니며 폭발물을 골목길이나 차 뒷바퀴 옆 등에 놓고 달아났다.

폭발물은 도심 한가운데서 잇따라 터졌다. 연습용 수류탄 2개는 23일 오전과 낮 사이 은평구 대조동의 한 자동차 영업소 앞 도로변과 서부터미널 인근에서 터졌다. 녹번역 인근에 놓아둔 최루탄은 잔해가 발견됐다. 연습용 수류탄은 뇌관에 화약이 1g 정도만 들어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2일 폭행 혐의로 입건된 뒤 피해자가 합의금을 과하게 요구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집안에 숨겨둔 연습용 수류탄 등을 꺼냈다. 2002년 경기도의 모 부대에서 배수로 공사 작업 중 발견하고 땅에 묻어놨다가 전역 전날 파내 가지고나온 것이었다.

나머지 연습용 수류탄 4개와 연막탄 2개는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회수되지 않은 연습용 수류탄 등은 폭발력이 거의 없는 모의 훈련용이어서 터지더라도 상처가 거의 나지 않지만 혹시라도 의심되는 물건을 발견하면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CCTV 추적과 탐문수사를 통해 김씨를 붙잡았으며 폭발성 물건 파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