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나라에 행복한 젊은이들이 산다? 어느 나라인가 했더니 옆 나라 일본 얘기다. 젊은이들을 둘러싼 얘기라곤 절망적인 어조뿐인데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2011년 일본 출간 당시 크게 주목받았다. 일본의 젊은이들 70%가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과거 40년간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행복도가 가장 높다는 저자의 주장은 젊은이들의 상태에 대한 기존의 동정적인 시각과 충돌하는 것이었다.
일본 젊은이들을 주제로 한 일본인 20대 사회학자의 연구서인 이 책은 ‘젊은이들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를 탐구한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장기불황과 취업난, 우경화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상황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 여러 수치들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일본 내각부에서 발표하는 ‘국민 생활에 관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2010년도 시점에서 20대 남성의 65.9%, 20대 여성의 75.2%가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본인의 의식 조사’를 봐도, ‘세계 청년 의식 조사’나 ‘중·고등학생의 생활과 의식 조사’를 봐도 2000년대에 가까워질수록 젊은이들의 행복도는 상승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수치를 보여주면서 기존의 ‘젊은이론’이 착각이나 편견에 입각해서 구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듯한 얘기인지 모르지만 젊은이들의 진짜 상태를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런데 도대체 왜 행복할까?’를 추적했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현실을 긍정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불만이나 분노, 저항은 희망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들은 미래가 불안해 오히려 현재의 삶에 더 집착한다. 그래서 자신을 둘러싼 작은 공동체 안에서 동료나 친구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갖게 됐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동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젊은이들, 다시 말해, 그들은 ‘작은 공동체 안에 모여’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상태에 대해서 누군가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깊은 절망”을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어떤 평가도 하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의 상태에 대한 진실을 확인해 나갈 뿐이다. 만족한다고 해서 젊은이들에게 사회 변화의 열망이 없을 리 없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생활에 만족한다. 동시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어디에선가 그 탈출구를 찾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젊은이들이 관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과 사회 사이에 어떤 구체적인 회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개인보다 국가나 사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이가 많은데도, 그들은 어떠한 행동도 선뜻 취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왜 저항하지 않느냐?’는 오래된 질문 앞에 이 책은 몇 가지 참신하고 중요한 분석을 제시한다. ‘젊은이들과 사회를 잇는 회로의 결여’란 분석이 그렇고, ‘마음 둘 곳으로서의 사회운동’을 말하면서 사회 참여에서 ‘마음 둘 곳’이나 ‘상호 승인’의 중요성을 조명한 부분이 그렇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불황·취업난… 미래가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입력 2014-12-26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