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용 서울 종교교회 원로목사가 24일 오전 5시쯤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나 목사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뒤 미국 듀크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에모리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종교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건 1977년이었다. 21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나 목사는 2003년까지 26년간 종교교회를 이끌었다.
종교교회는 한국 감리교단의 모교회 중 하나다. 이 교회의 설립에는 미국 남감리교회 조세핀 캠벨 선교사의 헌신이 있었다. 캠벨 선교사는 서울 배화학당에서 학생들과 직원들을 상대로 예배를 드렸고, 윤치호 선생의 요청에 따라 1900년 4월 15일 종교교회를 설립했다.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종교교회는 나 목사가 부임하면서 크게 부흥했다. 교회는 광화문 일대 빌딩가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영적인 안식처였다. 특히 나 목사가 크리스천 직장인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에 진행한 ‘직장인 예배’는 교계 안팎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의 활동은 1981년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한직선) 설립으로 이어졌다. 1988년엔 종교교회 안에 한직선 부설 직장선교대학도 만들었다.
교계 지도자들은 고인을 복음의 열정과 인격을 겸비한 목회자였다고 평가했다. 한직선 초대회장을 지낸 박흥일 장로는 “후배들과 제자들을 늘 푸근하게 대해 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참 목회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 목사님은 노인문제연구소를 만들고 은퇴 목회자들과 더불어 노인목회를 하실 정도로 열정을 보이셨다”며 “귀한 어른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고 덧붙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임시감독회장을 지낸 김기택 목사는 “고인은 ‘목회자들의 목회자’였으며 후배들에게 언제나 귀감이 된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기감 서울연회 감독을 역임한 김영헌 목사는 “언제나 많은 성도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았고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분이셨다. 한국 감리교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를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나 목사의 마지막 설교는 지난 6일 종교교회에서 열린 한직선 창립 33주년 기념예배였다. 그는 ‘사랑 때문에!’(막 12:28∼34)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선교의 모든 핵심은 사랑에 있다. 총회와 당회 때마다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할 때의 동기, 밟아야 하는 과정, 맺어야 하는 열매를 살피자”고 강조했다.
고인은 한직선 명예회장, 기감 서울연회 감독 등을 역임했다. 장례는 기감 서울연회장으로 치러지며 입관예배는 25일 오후 3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된다. 장례예배는 26일 오전 10시30분 종교교회 3층 대예배실서 열린다. 장례위원장은 기감 서울연회 감독인 여우훈 서강교회 목사가 맡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나원용 서울 종교교회 원로목사 별세… 복음 열정과 인격적 목회로 지친 직장인 위로
입력 2014-12-25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