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경정의 ‘입’에서 멈춘 靑 문건 유출 수사

입력 2014-12-25 02:39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이 담긴 청와대 문건의 작성 및 유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가 ‘박관천의 입’에 막혀 주춤거리고 있다. 박관천 경정이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문건 작성 동기와 배후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5일로 끝나는 박 경정의 1차 구속시한을 열흘 연장해 달라고 24일 법원에 신청했다. 박 경정은 청와대 문건 10여건을 외부로 반출하고 은닉한 혐의 등으로 지난 16일 심야에 체포돼 19일 구속 수감됐다.

박 경정은 이미 자신이 문건 유출자라고 시인했다. 다만 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법정에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문건을 갖고 나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의 이동식 캐비닛에 넣고 열쇠로 잠가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경정의 문건을 몰래 빼내 복사하고 유포한 인물로 정보1분실 소속 한모(44), 최모(45·사망) 경위를 각각 특정했다.

검찰은 박 경정의 ‘윗선’으로 올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경정은 체포되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입은 지퍼다. 그러니까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그런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도 배후가 있다면 조 전 비서관이 유력하다고 본다. 그런데 박 경정은 정작 구속된 이후 명확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유출이나 ‘박지만 미행설’ 유포 경위와 조 전 비서관 사이에 직접적 연결고리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조 전 비서관 소환 조사 역시 미뤄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소환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필요하면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23일 박지만(56) EG 회장을 비공개로 다시 소환해 조 전 비서관의 역할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5월 청와대 문건을 입수한 세계일보 기자와 박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고, 박 경정이 허위로 작성한 ‘문서 유출 경위서’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미행설’ 발원지가 어딘지도 조사했다. 지난 3월 미행설을 최초 보도했던 시사저널은 최근 ‘미행 사건, 박지만 입에서 처음 나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행설 취재는 (박 경정과 무관하게) 박 회장이 지난 2월 측근들에게 화를 내며 미행 발언을 했다는 정보에 따라 시작됐다’는 내용이었다. 박 회장은 검찰의 1차 조사가 있고 이틀 뒤인 지난 17일 “미행설을 최초로 말한 사람이 조 전 비서관 또는 (측근인) 전모 전 EG 과장은 아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검찰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했던 조 전 비서관이나 박 경정이 최초 전달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시사저널의 새로운 보도가 있었고, 문서 유출이나 미행 부분에 대해 박 회장 등의 진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나와 불가피하게 소환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막바지에 이른 검찰 수사는 기존 수사 내용을 보완하는 동시에 조 전 비서관의 개입 여부를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로서도 이번 수사가 끝내 배후를 밝히지 못하고 박 경정의 ‘1인 자작극’으로 마무리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당초 29∼30일로 예상됐던 수사결과 발표 시기는 박 경정의 2차 구속시한이 만료되는 내년 1월 4일 전후로 늦춰졌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