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4일 ‘땅콩 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건 축소·은폐를 주도한 여모(57) 상무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19일 만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업무방해 등 총 네 가지 혐의를 조 전 부사장 영장에 적시했다. 여 상무에게는 증거인멸과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승무원과 박창진(44) 사무장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비행기를 램프로 회항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폭행 혐의 일부를 부인했지만 무릎 꿇고 서비스 매뉴얼을 찾아보던 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한 손으로 어깨 한쪽을 밀치며 탑승구 벽까지 밀어붙인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용서를 구하는 박 사무장에게 욕설을 하며 매뉴얼 케이스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찌른 점도 확인됐다.
검찰은 항공기 사무장과 승무원이 기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 자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조 전 부사장이 이들을 폭행한 혐의에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를 적용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직접 기장에게 램프 리턴을 지시하지 않았어도 사무장이 기장에게 회항을 요청한 건 조 전 부사장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부분은 강요죄, 기내 소란으로 승객 300여명이 탑승한 항공기를 되돌리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에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논란이 됐던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영장에서는 제외했다. 조 전 부사장이 여 상무로부터 국토부 조사 상황에 개입한 내용 등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지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영장 청구서에 조 전 부사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기재했다.
여 상무는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에게 최초 상황 보고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건의 은폐·축소에 앞장서고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박 사무장을 협박하며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대한항공 측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칼피아’(KAL+마피아)도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여 상무에게 국토부 조사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는 국토부 김모(55) 조사관을 체포했다. 또 김 조사관의 자택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조사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입수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에서 15년간 근무한 객실승무원 출신이다. 여 상무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부 특별감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은 김 조사관이 사건 발생 후인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여 상무와 수십 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확인됐다. 검찰은 삭제된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복원하기 위해 김 조사관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았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檢 ‘땅콩 회항’ 수사 국토부 ‘칼피아’도 정조준
입력 2014-12-25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