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땅콩 회항’ 수사 국토부 ‘칼피아’도 정조준

입력 2014-12-25 03:08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 간부에게 조사 내용을 수시로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김모 조사관이 24일 검찰에 체포돼 서울 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직원이 이날 서울 강서구 하늘길에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서류 등을 들고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24일 ‘땅콩 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건 축소·은폐를 주도한 여모(57) 상무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19일 만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업무방해 등 총 네 가지 혐의를 조 전 부사장 영장에 적시했다. 여 상무에게는 증거인멸과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승무원과 박창진(44) 사무장에게 폭언·폭행을 하고 비행기를 램프로 회항시켜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폭행 혐의 일부를 부인했지만 무릎 꿇고 서비스 매뉴얼을 찾아보던 승무원을 일으켜 세워 한 손으로 어깨 한쪽을 밀치며 탑승구 벽까지 밀어붙인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용서를 구하는 박 사무장에게 욕설을 하며 매뉴얼 케이스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찌른 점도 확인됐다.

검찰은 항공기 사무장과 승무원이 기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 자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조 전 부사장이 이들을 폭행한 혐의에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를 적용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직접 기장에게 램프 리턴을 지시하지 않았어도 사무장이 기장에게 회항을 요청한 건 조 전 부사장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부분은 강요죄, 기내 소란으로 승객 300여명이 탑승한 항공기를 되돌리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에 업무방해죄가 적용됐다.

논란이 됐던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영장에서는 제외했다. 조 전 부사장이 여 상무로부터 국토부 조사 상황에 개입한 내용 등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지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영장 청구서에 조 전 부사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기재했다.

여 상무는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에게 최초 상황 보고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사건의 은폐·축소에 앞장서고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박 사무장을 협박하며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대한항공 측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칼피아’(KAL+마피아)도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여 상무에게 국토부 조사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는 국토부 김모(55) 조사관을 체포했다. 또 김 조사관의 자택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조사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입수했다. 김 조사관은 대한항공에서 15년간 근무한 객실승무원 출신이다. 여 상무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부 특별감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은 김 조사관이 사건 발생 후인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여 상무와 수십 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확인됐다. 검찰은 삭제된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복원하기 위해 김 조사관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았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