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대남비서를 면담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이 “김 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김 제1비서의 친서를 공개했다. 두툼한 녹색 표지에 덮인 친서는 A4용기 크기의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다. 친서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내년 봄 따뜻할 때 편히 쉬시고 가시라”는 내용의 안부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이 여사께 친서 전문을 먼저 보여주고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김 부장이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금강산 관광, 5·24 대북 제재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북은 김 부장이 먼저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아산 측에 요청해온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부장의 ‘대통로’ 발언은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10월 초 방남했을 때도 했던 말이다. 최근 들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심화되는 북한이 남측에 다시금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등이 이 여사의 조의를 표하기 위해 방북했을 때도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내년 6·15선언 15주년을 계기로 남북이 화해·협력을 다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대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간 뒤쯤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부장과 면담을 마치고 귀경했다.
한편 통일부가 방북을 불허하면서 이번에 방북단에서 빠진 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청와대에서 제가 정부와 충분히 상의해 방북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알고 있더라”며 “이는 정부가 청와대에 허위 보고한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야당 정치인으로부터 대남 메시지를 듣기가 껄끄러워 정부가 방북을 불허한 것 아니겠느냐. 옹졸하다”고도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내년 봄 따뜻할 때 편히 쉬시고 가시라”… 김정은, 이희호 여사에게 친서
입력 2014-12-2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