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따뜻할 때 편히 쉬시고 가시라”… 김정은, 이희호 여사에게 친서

입력 2014-12-25 02:03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가운데)이 24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며 녹색 나무상자에 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운데)가 24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참배하고 있다. 이번 참배에는 2011년 김 위원장 장례식 당시 운구차 왼쪽에 서 있던 김정각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오른쪽 두 번째)도 김 제1비서를 수행했다. 김정각이 장례식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개성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대남비서를 면담한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이 “김 부장으로부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김 제1비서의 친서를 공개했다. 두툼한 녹색 표지에 덮인 친서는 A4용기 크기의 나무상자에 담겨 있었다. 친서 내용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내년 봄 따뜻할 때 편히 쉬시고 가시라”는 내용의 안부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이 여사께 친서 전문을 먼저 보여주고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김 부장이 남북관계가 정말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금강산 관광, 5·24 대북 제재조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문제에서 소로(小路)를 대통로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북은 김 부장이 먼저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아산 측에 요청해온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부장의 ‘대통로’ 발언은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10월 초 방남했을 때도 했던 말이다. 최근 들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심화되는 북한이 남측에 다시금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등이 이 여사의 조의를 표하기 위해 방북했을 때도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내년 6·15선언 15주년을 계기로 남북이 화해·협력을 다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대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간 뒤쯤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부장과 면담을 마치고 귀경했다.

한편 통일부가 방북을 불허하면서 이번에 방북단에서 빠진 박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청와대에서 제가 정부와 충분히 상의해 방북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알고 있더라”며 “이는 정부가 청와대에 허위 보고한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야당 정치인으로부터 대남 메시지를 듣기가 껄끄러워 정부가 방북을 불허한 것 아니겠느냐. 옹졸하다”고도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