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대 나간다” “나오지마” 줄다리기에 날새는 野

입력 2014-12-25 02:31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가 이른바 빅3(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출마 논쟁으로 희한하게 굴러가고 있다. 불출마 요구 그룹은 며칠째 출마하겠다는 빅3를 붙잡고 불출마를 종용하고, 빅3는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서도 공식 선언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3법 등 주요 여야 합의는 당 안팎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제1야당이 당내 선거공학에는 유능하고 당 밖의 민생 현안에는 무능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빅3 불출마’ 논란은 24일에도 쳇바퀴 돌 듯 계속됐다. 빅3 불출마 요구 그룹의 강창일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새로움을 국민에게 주고 감동을 가지고서 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되는데 지금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식상해 있다”며 “그분(빅3)들이 당의 통합과 대동단결을 이룰 수 있느냐, 혹시 분열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출마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그분들(빅3 불출마 요구 그룹)도 어떻게 됐든 구당 차원으로서 말씀하시는 거고 제가 대표에 나가겠다고 하는 것도 구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출마 요구 의원수를 두고도 “서명을 안 했는데 그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에 저에게 해명을 하시는 분들도 서너 분 있다”(박 의원), “동의하면서도 서명하지 않은 분이 70∼80분(강 의원)”이라고 주장하는 등 우스꽝스러운 진실게임도 진행될 조짐이다.

‘빅3’ 외에 당 대표 후보군들은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불출마 선언을 보류했던 김부겸 전 의원은 빅3 불출마 요구 그룹 등을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박영선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후보 등록일(29∼30일)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당 대표 후보군조차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당내에서는 “불출마 요구 시점이 너무 늦었고, 불출마 요구 그룹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도 이인영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으로 나뉘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정치연합이 당내 권력다툼에 골몰하면서 통합진보당 해산, 부동산 3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선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여야가 23일 전격 합의한 부동산 3법에 대해서는 군소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크다.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양당의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새정치연합은 아무리 생각해도 야당 같지 않다. 차라리 새누리당이랑 합당을 하든 연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3법은 강남 3구를 위한 법(김상희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국에서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으로서 의제 설정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에 있어서는 종북 프레임에 갇혀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줬고, 사회·경제적 차원에서는 부동산 3법에 타협해주면서 전혀 야당다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되니까 조그만 잡음에도 당이 지리멸렬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