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불어 위로하고 함께 나누는 성탄을 소망한다

입력 2014-12-25 02:17
2014년 성탄절을 맞는 마음은 각별하다. 올해는 예수 탄생의 의미가 그 어느 해보다 절실하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란 축송을 마냥 부르기에는 현실이 팍팍하다. 하늘에 돌리는 영광은 드물었고 평화 없는 세상은 지속됐다.

예수는 가장 높은 곳에서 제일 낮은 자리로 왔다. 2000여년 전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태어나 33년 짧은 생애, 그 가운데서도 3년의 공생애 기간 중 소망과 사랑, 화해와 평화, 섬김과 치유, 긍휼과 용서를 증거했다. 이후 십자가에 못 박혀 사망함으로 우리 죄를 대속(代贖)했다.

예수의 탄생은 희망이었으나 21세기 이 땅에는 분쟁과 갈등, 다툼과 반목이 활보하고 있다. 한반도와 지구촌은 어두운 소식으로 가득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킨 전형적인 한국적 재난이었다. 탐욕과 비리의 합작이 낳은 이 사건은 급기야 타인의 슬픔마저 거리에서 조롱받게 하는 절망을 낳았다. ‘송파 세 모녀’의 자살은 이웃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했다. 정치는 소모적 정쟁을 되풀이하고, 경제에 낀 구름은 걷힐 낌새가 적다. 여전히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열악하고 살림살이는 궁핍하다.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에볼라 공포의 확산 등 해외에서의 반생명적 양상도 꼬리를 물었다. 국민일보와 한국교회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처음 공식 취재한 르포에 따르면 역설적이게도 예수의 땅 이스라엘에 성탄의 축복은 없었다. 이스라엘의 폭력에 떠는 팔레스타인 엄마의 소원은 자녀들의 안전과 일용할 양식일 뿐이었다.

올 한 해 한국교회는 이단의 발호에 시달렸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굳건한 신앙으로 한마음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성탄절 을 맞는 지금까지 팽목항과 경기도 안산에는 단 하루도 교회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슬픔을 나누고 도움을 보태는 현장에는 늘 함께했다. 한국교회의 고질이었던 분열의 양상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의 통합 움직임으로 회복될 조짐이다. 부족하나마 교회의 헌신이 우리 사회에 희망을 비추고 있다.

성탄절이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이유는 예수의 희생적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천한 곳에서 태어나 자신의 몸까지 내준 사랑의 실천을 본받아야겠다. 하나님은 아기 예수를 통해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셨다. 예수는 늘 힘들고 소외된 자들의 벗이었다. 주변에는 어려움 가운데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 가족과 자식을 잃은 사람들,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가난 때문에 한계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독거노인들의 분노와 절망을 어루만지자.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성육신 예수를 닮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세상이 부조리해도 새 생명으로 온 예수 소망이면 이겨낼 수 있다. 예수 탄생의 메시지를 재확인하면서 성탄절의 감동을 느껴보자. 그래서 내년 성탄절에는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를 마음껏 누려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