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잊지 말아야할 희생] ‘노동자 무덤’ 카타르월드컵

입력 2014-12-25 02:32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흡혈 월드컵’이 돼가는 형국이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와 관련된 인프라 건설 현장에서 하루에 한 명꼴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죽어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팔 외국취업홍보위원회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카타르의 공사현장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자국 노동자가 157명으로 집계됐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인은 심장마비(67명), 현장 안전사고(34명), 심근경색(8명) 등이었다.

가디언이 네팔의 다른 당국으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최대 188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사망자 수(168명)를 넘어서는 것이다. 가디언은 네팔 노동자와 함께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다른 나라의 숨진 노동자 수까지 합하면 거의 하루 한 명 이상이 카타르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카타르에는 14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네팔 노동자가 40만명이다.

카타르의 열악한 노동 상황에 대해선 그동안 국제노동기구(ILO) 등도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낮에 50도까지 오르는 높은 기온이 노동자 사망과 관계가 높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카타르 당국이 이에 대한 조사활동에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