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현장 찾은 목회자 8인, “잊지 않을게요” 추모 성탄예배

입력 2014-12-25 02:41 수정 2014-12-25 10:00
참포도나무교회 안준호 목사(왼쪽 세 번째)와 동료 목회자들이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안준호 목사 제공

혹한의 칼바람이 불던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찬양이 울려 퍼졌다.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노래한 곡 ‘저 들 밖에 한밤중에’였다. 합창한 사람들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사역하는 목회자 여덟 명. 이들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이날 팽목항을 찾아 성탄 예배를 드렸다.

예배에는 희생자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은 참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목회자들만 모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인물은 경기도 고양시 참포도나무교회의 안준호(44) 목사였다. 안 목사는 목회자들과 성탄의 순간이 담긴 마태복음 2장 1∼23절을 봉독한 뒤 설교를 시작했다.

“아직도 이 세상엔 아기 예수를 죽이려고 학살을 자행한 헤롯 왕과 같은 사람이 많습니다. 저희는 별을 좇아 예수가 태어난 곳을 찾아간 동방박사처럼 진리의 별을 바라보며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팽목항 성탄 예배가 끝난 이튿날인 23일 참포도나무교회를 찾아가 안 목사를 만났다. 팽목항을 출발해 이날 새벽 1시쯤 상경했다는 그는 “이번 성탄 예배는 내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팽목항에서 성탄 예배를 드리겠다는 글을 올리니 감리교신학대 선후배들이 동참하겠다고 해 같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숨진 바다 앞에 서서 성탄 예배를 드리니 마음이 너무 무겁더군요. 성탄 예배인데도 ‘기쁘다 구주 오셨네’ 같은 곡은 못 부르겠더라고요.”

안 목사는 지난 4월 이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역에만 매진했다. 경기도교육청이 4월 말부터 지금까지 생존학생이나 유가족을 상대로 진행 중인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이들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엔 유가족 등을 상대로 ‘커피 봉사’를 하기 위해 소형차도 구입했다.

“제가 마을공동체 운동에 관심이 많아 2010년 교회 1층 상가를 빌려 카페를 열었어요. 카페는 동네 아이들이나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지요. 세월호 참사 이후 커피로 사랑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형차를 구입해 유가족이 모인 서울 광화문이나 진도를 오가며 커피 봉사를 했습니다.”

참포도나무교회는 성도가 40명 안팎인 작은교회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 보니 소형차와 커피 기계를 실을 트레일러 비용은 대출을 받았다. 그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마포지방에서 600만원을 후원해주시지 않았더라면 봉사활동을 지금까지 계속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안 목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교회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데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세월호 아픔을 너무 쉽게 잊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한국 개신교인 100만명이 봉사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때는 어땠습니까. 그때에 비하면 많이 미진했습니다. 지금도 진도에 내려가면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는 이들은 작은교회 목회자 몇 명밖에 없습니다. 대형교회들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고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