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노동시장과 임금체계 개혁을 위해 일단 손을 잡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기본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다. 산하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석 달간의 진통 끝에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그렇지만 김대환 위원장이 “오늘 타협은 철로를 까는 작업”이라고 말했듯이 험난한 협상은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임금·근로시간·정년’, ‘사회안전망 정비’ 등 3개 우선과제에 대한 논의를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들 3개 과제가 매우 중차대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꼭 3개월의 논의 시한을 정해야 하는 것일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만 해도 역사적·구조적 원인이 복잡하다. 기업 내부와 외부의 노동시장 간에 이동을 촉진하고, 기업규모·부문간·고용형태별 임금격차를 줄이려면 전 직종의 직무분석과 직무급 테이블부터 만들어야 한다. 누가 돈을 대고 누가 작업을 할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이런 사안들이 무수히 많은데 3개월의 시한은 너무 짧은 것으로 보인다. 논의의 집중도와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는 좋지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당위성을 바탕으로 법만 제·개정해서는 노동현장의 관행은 바뀌지 않는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문이 나온 것은 2009년 이후 5년여 만이지만 이번에 의미 있는 대타협이 이뤄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런 시각을 불식시키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노사정 3자가 개혁 방안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공멸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과 노조는 나만 잘하면, 나만 잘살면 된다며 앞과 위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모든 과정과 성과는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나의 좋은 성과가 특권적 지위나 부당한 ‘갑질’ 관행, 그로 인한 남의 희생을 딛고 일궈진 것이라면 경제와 사회 전체로서는 중장기적으로 큰 손실과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공기업과 그 노조들은 자신의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도 다 함께 잘사는 것이 긴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이 최우선과제라고 강조하면서도 노동 분야에 돈을 투자하는 데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정부도 노동 개혁 없이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실업급여 확대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직무급제 도입 준비, 모성보호,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에 재정을 과감히 투입해야 할 것이다.
[사설] 노사정 원칙 합의만으론 노동개혁 이루기 어렵다
입력 2014-12-25 02:16